46회-4. 모반과 추억(10)
46회-4. 모반과 추억(10)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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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무렵 아라국의 왜신관(倭臣館)에 와 있던 왜 사신의 꾐에 빠져 철을 몰래 빼내가려던 고로의 한 장인이 발각되었다. 진수라니 태자가 태자비를 데리고 고자국(소가야)에 다녀오는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그곳에서 일정을 서둘러 돌아오는 바람에 철의 유출은 막고 그 일을 모의한 자들을 잡을 수 있었다.

진수라니는 율령에 따라서 고로 장인 두 사람을 처형하기 위해서 형틀에 거꾸로 매달아 두었다. 하룻밤 동안 고통을 가한 뒤 다음날 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처형하기 위해서였다. 처형이란 고로의 쇳물이 가장 강열하게 끓을 때 그 속에 던져 넣어 죽이는 것이었다. 끊는 쇳물에 던져진 죄인들은 보통 얼마 있지 않아 쇳물 속에 녹아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밤중에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나타나서 보초를 서던 군병을 뒤에서 습격하고 묶여 있는 고로 장인 한 명을 탈출시켜 달아났다. 조사해본 결과, 아라국에 왜관에 와 있던 사신들이 왜왕의 명령을 받아, 제련 기술자를 왜국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저지른 짓이란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사실이 밝혀졌을 때 사주를 받은 왜인들은 고로장인을 데리고 왜국으로 사라진 뒤였다.

“그 자들의 짓이 아닐까? 왜인들이 자기 나라로 데려갔던 그 놈을 다시 데려고 나왔을지도 모른다…….”

진수라니 한기는 생각에 잠겨 혼자서 중얼거렸다.

“철을 약탈해 가기 위해서는 야철지를 지키는 병력의 규모나 완성된 철정을 보관해 두는 창고의 위치를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 놈들이 데리고 갔던 그 자를 데리고 다시 들어왔을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진수라니 한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당장 황우산성의 병력을 동원하여 그 놈들을 추격하라. 철정이 무겁기 때문에 멀리 가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진수라니는 황우산성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을 보내 도적들을 추격하게 하였다. 명을 받은 성주 강단석 군장은 무장한 기마병 2백기를 데리고 서둘러 추격에 나섰다. 도적들이 왜신관이 있는 아라국(함안가야) 쪽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아라국으로 가게 되면 그곳에 와 있는 왜국의 교역자들에게 철정을 넘겨 그 곳에서 교역한 것처럼 속여 왜국으로 가져가게 될 것으로 여겨졌다. 철정이 이동 되는 동안 찾아내지 못하고 일단 다른 나라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그것들을 그 나라의 물건이 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강단석 군장은 초조했다. 그러나 밤이라 그들의 종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새벽 무렵에 아라국과의 접경지역에까지 이르렀으나 도적의 흔적을 찾지 못하였다. 생각 끝에 강단석 군장은 얼마간의 병력을 아라국 접경에 이르는 길목에 잠복시키고 나머지 병력은 방향을 돌려 탁순국(창원가야) 쪽으로 향하게 했다. 산이 많아 가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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