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생원과 쥐새끼
서생원과 쥐새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7.12.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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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생원은 鼠生員이다. 徐生員이 아니다. 쥐 서(鼠)의 ‘서’라는 소리가 성(姓)씨로서의 서(徐)와 같은 우리말 발음이어서 서생원(徐生員)과 장난스럽게 혼동 시켜 쓰는 말이다. 그러니까 서생원은 쥐를 가리키는 높임말이다.

실제 서(徐)씨를 놀릴 때, 반 장난으로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반대로 지금은 보기도 듣기도 힘든 시골집의 도배한 천정(지붕 밑에 있는 공간과 방과의 사이에 보통 사람의 키보다 약 한 팔 반 정도의 높이에 수평으로 칸막이를 하고 도배한 것. 오래된 집은 도배할 때마다 덧대어 하기 때문에 두꺼워짐)에 쥐들이 달리기를 하여 밤에는 자다가도 잠이 깨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저 놈의 쥐새끼들이!’ 하면 더 시끄럽게 하여 잠을 못 자게 한다고, 밤 발은 쥐가 듣기 때문에, ‘허, 허, 서생원. 그만들 주무시게’하는 높임말로 쓰는 생원이이다. 생원은 크게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한 나이 많은 선비를 높여 불러주는 호칭이다. ‘허생전’의 주인공이 허 생원이다.

서생원으로 가장 대접 받는 곳이 미국의 월트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미키 마우스이다.

디즈니가 별 볼 일없이 지내며 기차의 화물칸에 무임승차하여 어디를 가는데 같은 화물칸의 저쪽 구석에서 열심히 먹이를 물어 나르는 쥐를 보고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쥐를 만화의 주인공으로 선택하여, 어려운 일을 뚫고 나가는 쥐의 일상생활을 대주제로 삼아 어렵사리 만화연재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 사람들 혐오 대상 1호였던 ‘쥐새끼’가 일약 스타가 된 것이다. 이때부터 여러 가지 생쥐들이 애완동물로 사랑 받기 시작하여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주인공으로 생쥐가 등장하기까지 한다.

우리나라의 햄스터와 기니피그도 애완동물 쥐로 인기를 누린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쥐를 싫어하는 것은 예부터 사람들이 먹기에도 모자라는 온갖 곡식을 축내기 때문이었다가 전염병을 옮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싫어하게 되었다.

옛날 논산 훈련소의 훈련병 시절, 면회 온 사람이 없는 훈련병은 남들은 면회하며 맛있는 사회음식 먹고 있는 그 시간에 쥐를 잡아 그 꼬리를 제출해야 했다. 잡히지 않는 쥐, 오징어 꼬리에 연탄 검댕 이를 묻혀 제출했다.

이때의 훈련병들은 모두 쥐를 싫어했다. 쥐벼룩은 듣기 만해도 몸이 가려운 낱말이었다. 벼룩은 좀처럼 잡히지 않기 때문에 더 미웠다.

지금도 가을철에 야외활동을 할 때, 조심하라는 것 첫 번째가 아무 풀밭에나 함부로 앉지 말라는 것이다. 들쥐새끼들이 옮긴다는 유행성출혈열 전염병 때문이다. 집쥐도 이 병을 옮긴다고 한다.

새해 들어 사람 탈을 쓴 쥐새끼들이 법석 댈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쥐새끼들은 먹을 것이 있는 곳이면 어디고 달라붙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러운 찌꺼기와 병균을 남겨놓는다. 쥐새끼들이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먹을 것을 미리 없애어 둘레를 깨끗하게 해 놓는 것이다. 그리고 다 같이 다음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며칠 전, 고속도로 휴게소의 붐비는 식당에서 노인 한 분이 마침 빈자리가 있어 자리에 앉아 막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30대 전후의 젊은이들 예닐곱 명이 머리에 무슨 띠를 두른 체 우루루 몰려들어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서, 다짜고짜로 ‘우리들 일행인대 다른 곳으로 가시죠.’ 한다. 노인은 화가 나서, ‘젊은이들, 여긴 공공장소. 공용식당이야! 예약했어? 먼저 온 사람이 빈자리가 있으면 거기에 앉아 식사하는 거야!’라고 큰 소리를 쳐주고는 식사를 계속한다. 아무도 이 노인을 위해 편들어 주지 않는다. 큰일이다.

버릇없는 행동을 하는 젊은 사람들을 못 본체 한다. 젊은이들, 개혁도 좋고, 혁신도 좋고, 평등도 좋고, 균형도 좋다. 그러나 보수가 아닌 민주주의 기본, 법만큼은 지킬 줄 알아야 쥐새끼 소리를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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