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회-4. 모반과 추억(9)
45회-4. 모반과 추억(9)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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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라니 일행은 가라국(대가야)으로 가서 거기서 다시 낙동대강을 건너 달구벌로 갔다. 거기서 압량, 모량을 거쳐 서라벌에 숨어들었다. 서라벌은 석탈해 이후에 철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도성의 서천에서 사철을 채취하여 제련하고 있는 곳이 여럿이나 되었고 그 시설도 발달되어 있었다. 서라벌에서 남쪽으로 한 나절을 더 가니 갈화성에 닿을 수 있었다.

갈화성의 야철지는 강가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이었다. 이곳은 너무나 소문이 난 곳이라서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서라벌과 갈화성 사이에 있는 높은 산 아래 야트막한 야산은 온통 철광석으로 덮여 있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순도 높은 철이 섞여 온통 벌겋게 뒤덮인 산을 보는 순간 진수라니는 가슴이 멎는 것 같았다.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신라의 힘이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철이 생산되는 산 주변의 여러 곳에서 제련이 행해지고 있었다. 주로 땔감으로 쓸 나무가 많은 곳이었다. 고로가 여럿 갖추어진 야철지도 있었다. 진수라니는 서라벌의 일꾼으로 위장하여 그곳의 야철지를 두루두루 돌아다녔다.

신라의 갈화성은 질 좋은 철이 생산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오래전에 포상팔국이 철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다 패하자 그 대안으로 공격을 감행했던 곳이 바로 이 지역이었다. 그곳이 순도가 높은 철광석과 토철, 사철이 다 풍부하게 생산되는 곳이란 것은 가야의 여러 나라에도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것을 눈으로 직접 보니 그 광경이 놀랍기만 했다.

이곳의 제련 방법은 특이했다. 진흙을 물로 개어 고로를 만들고 그 고로에 철광석이나 토철을 넣고 아래 아궁이에서 며칠 동안 불을 때어 광석을 녹여 불순물을 걸러내고, 고로의 쇳물을 고로보다 낮게 마련된 바닥에 흘려보내 판장쇠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것은 광석을 진흙 고로에 넣고 사흘 정도의 낮밤을 계속 불 때기를 하여 쇳물을 만들고, 불때기를 끝내고 고로가 식으면 진흙 고로를 깨뜨리고 그 안에서 녹아 엉킨 무쇠 덩이(철정)를 꺼내는 가야 야철지의 제련 방식과는 차이가 나는 방법이었다. 진수라니는 갈화성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야철지를 며칠에 걸쳐 더 둘러보고 다라로 돌아왔다.

갈화성에서 돌아온 진수라니는 갈화성에서 보고온 제련 방식을 시험해 보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진수라니는 이제 전통적인 다라의 야로식 제련 방식과 신라의 갈화성식 제련 방식을 둘 다 사용하여 철 생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밤이 되면 여러 기의 고로 아궁이에서 타오르는 불빛이 온 산천을 달구는 듯 장관이었다.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그 찬란한 불빛은 진수라니의 가슴을 더 뜨겁게 했다.

“고로 속의 끓고 있는 쇳물의 힘, 그리고 고로의 아궁에서 타오르는 그 활기찬 불길은 바로 다라국의 국력이며 다라의 밝은 미래다.”

진수라니 태자는 뜨거운 가슴으로 밤을 새우며 그 광경을 지켜보곤 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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