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회의원 재보선이 있었다. 출마한 모두는 자신만이 작금의 위기를 구할 수 있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출마한 지역을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꼭 국회로 보내주시기를 국민에게 읍소했다. 모두가 자신만이 최선이라고 목이 쉬도록 외치는데도 선거철만 되면 그 동안 은거해있던 애국자와 지도자가 이렇게 많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왜 기쁘지 않을까? 그들은 정말 국회의원이라는 높은 지위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고 살았던 것일까? 선거가 축제가 되어 기꺼이 투표장으로 가는 국민들로 거리가 미어져야 함에도 썰렁한 투표장과 투표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나라를 이끌 선량을 뽑는다는 자부심보다는 혹 당선되는 사람이 유권자의 다수가 정말 자신을 최선의 지도자라고 생각해 뽑아주었다는 착각을 할까보아서 득표율을 줄이기 위해 투표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지나친 자학심리일까?
의사들은 환자의 병식(病識)을 중요시한다. 병식이란 자신이 병이 들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환자는 자신의 신체나 정신이 정상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병식을 가진다는 것은 모든 치료의 출발점이다.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자신이 아프거나 어떤 면에서든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환자는 환각이나 망상을 가상이 아닌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 자신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믿는 것, 즉 병식을 가지는 것이 자신이 실제라고 생각하는 환각이나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병식의 결여는 조현병에서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증상이기도 하다.
재보선에 당선된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당선자 모두는 작금의 정치가 비정상적이라는 병식을 통증처럼 느껴야할 것이다. 병식이 없으면 개혁도 없다. 나 중심적, 당 중심적 사고가 아닌 진실로 국민 중심적 사고, 승자 독식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여야를 넘어 협력하면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패자를 포용하는 정치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만이 투표장으로 향했던 무거운 발걸음을 기쁨이 넘치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바꾸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로마가 천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패자를 포용하는 정책에서 나왔다”는 플루타르크의 말을 떠올려 보면서 선거가 진정한 축제가 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최순호 울산과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