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chaos)
카오스(chaos)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3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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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축 준비위원회가 세계적으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직업을 표창하기로 했다. 그러자 참석자들이 각자의 직업에 대해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변호사가 자기네 직업이 가장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무화과를 꼭 먹어야 한다”고 이브를 꼬드겼던 뱀의 속삭임이 바로 변호사와 같다고 했다. 그러자 의사가 반박하고 나섰다. 이유인즉 하나님은 아담의 갈비뼈 한 개를 빼내 이브를 만들었는데 그것은 의학적 지식이 없으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자 말석에 앉아 있던 기술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무슨 소리냐”고 손사래를 치면서 말하기를 “아담과 이브가 있기 전에 하나님이 광명이 있으라 하시지 않았느냐, 이것은 그때부터 이미 전기 기술자가 있었다는 증거가 되고도 남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이렇게 저마다 증거를 대면서 자기 직업이 가장 오래됐다고 시끌벅적하자 제법 거만해 보이는 인상을 지닌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안하무인식 발언을 늘어왔다.

“성서의 첫머리에 적혀있는 말을 알지도 못하면서 긴 역사의 직업을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것이니 똑바로 알고 말하라”는 투였다. “그 성서 첫머리 첫 구절은 바로 ‘태초에 카오스(혼돈)가 있었나니’라고 돼 있지 않느냐, 즉 지배하는 권력이 없이 어떻게 그런 혼돈이 생겨날 수 있었겠느냐. 결과적으로 권력의 혼란이 가장 역사가 긴 직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다스리는 권력과 카오스는 정녕 불가분의 관계인가? 문득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스리는 권력은 통일된 이념의 세력일 수는 없다. 각기 다른 이념의 세력이 그룹을 이루어 권력을 형성한다.

문제는 이렇게 여러 그룹으로 갈리게 되니 다스리는 방법에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쪽이 물을 휘저으면 또 다른 한쪽은 ‘국민을 위해 그 물을 맑게 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휘저어 버린다. 뿐만 아니다. 권력의 주도권 다툼에서 자기 세력이 밀리게 되면 상대를 뭉개버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렇게 국가의 주권을 위임받은 세력들이 카오스를 만들어내니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는 다스림의 기본 정신은 서산에 지는 해가 되고 만다.

이런 세태는 마치 그믐밤에 까마귀 날아가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 눈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권력이 파도처럼 일으키는 카오스는 항상 내세우는 것이 있다. 바로 ‘국민의 뜻에 따라서’이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 ‘뜻에 따라서’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위대한 권력은 국민의 위대한 바람과 요구를 무겁게 짊어지는 정신이다” 미국의 철학자 에머슨이 한 말이다.

우선 바르고 정확하게 알아야한다(正知). 이것은 바로 다스림의 기본이다. 그런 다음 바르게 판단하고 결정해야한다(正判). 선입관이나 직관에 따라 쉽게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마지막으로 바르게 실천해야 한다(正行). 위대한 예술작품일수록 어려움이 수반되듯이 인간은 완성을 위해 역경을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삼정행(三正行)의 균형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다.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논리를 정립한 뉴튼의 만유인력 법칙은 불변의 과학이다. 이 법칙에 대해 ‘왜 사과가 떨어지느냐’는 엉뚱한 논리로 반론을 펼치면 삼정행의 균형이 깨지면서 정(正)이 흐트러지고 불의(不義)의 토양이 생긴다. 이 토양에 카오스가 되살아난다. 카오스는 국민의 바람, 눈물, 아픔에 검은 커튼을 친다. 오직 밝음만이 커튼(카오스)을 걷어내고 미래의 밝은 사회를 비출 수 있다.

<이영조 상이군경회 중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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