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회-4. 모반과 추억(6)
42회-4. 모반과 추억(6)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2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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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로 야철지가 습격을 당했습니다.”

야철지(冶鐵址)를 수비하는 병사 하나가 와서 궁성의 문을 두드렸던 시각이 밤늦은 시간이었다.

진수라니 한기는 며칠째 미음도 들지 못하고 있는 부왕의 침소에 머물러 있다가 나오는 길이었다. 한기는 호위 군병을 시켜 전령을 안으로 데려오게 했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큰일 났사옵니다.”

어둠을 뚫고 먼 거리를 달려온 병사는 아직 숨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숨을 가다듬어 찬찬히 말해 보아라.”

진수라니 한기는 놀란 표정으로 전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한 괴한 백여 명이 야철지를 급습하여 제련해 놓은 철정(덩이쇠)을 모두 강탈해 갔사옵니다.”

“경계를 서는 병력은 무엇을 하였단 말인가?”

“평소대로 교대로 번을 정해 경계를 서고 있었습니다만, 워낙 많은 괴한들이 덮치는 바람에 막아내지 못하였사옵니다.”

“특이한 점은 없었는가?”

“고로를 다루는 기술자 한 사람을 납치해 갔사옵니다.”

“그 상황을 좀 더 상세히 말해보아라.”

한기 진수라니가 다그쳤다.

“왜로 교역하기 위해서 야적지 창고에 쌓아 둔 판장쇠를 약탈한 다음 고로로 가서 작업 중에 있는 고로장(高爐匠)을 납치해 갔사옵니다. 고로장인 한 명은 그들에게 잡혀가지 않기 위해서 저항하며 발버둥치자 적의 괴수로 보이는 놈이 말없이 펄펄 끓는 쇠물 속에 그 고로장인을 던져 넣고 갔사옵니다.”

병사는 충격적인 장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말을 하면서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뭐라, 펄펄 끓는 고로의 쇳물에 고로장을 던져 넣었다고?”

충격적이기는 진수라니도 마찬가지였다.

“괴이하게도, 놈들은 괴수로 보이는 사람 이외엔 어느 누구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사옵니다.”

전령이 말을 덧붙였다.

“그 와중에도 괴수 이외엔 아무도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고?”

약탈자들은 상대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험한 말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들이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괴이한 일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말을 하게 되면 그들의 신분이 노출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혹시 필모구라의 추종세력들이 아닐까? 필모구라를 추종하다 필모구라의 모반이 실패로 끝나자 숨을 죽이고 숨어 있던 세력들이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기 위해서 저지른 짓이 아닐까?”

제일 먼저 의심이 가는 쪽은 필모구라의 잔존 세력들이었다. 진수라니는 필모구라 하한기가 심어 놓은 세력들이 은거하고 있다가 저지른 짓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니 더 그럴 듯하게 집히는 데가 있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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