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린위학(以隣爲壑)
이린위학(以隣爲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2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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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린위학’이란 ‘자신의 재앙을 남에게 전가 시킨다’는 말로 맹자의 고자장구(告子章句) 하편에 전하는 이야기이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위(魏)나라 백규(白圭)라는 사람은 관리로써 치수사업에 힘써 나라의 안정을 기함과 동시에 백성들에게 부를 가져다 준 공로로 벼슬이 승상에 이른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행한 치수사업은 먼저 뚝을 높이 쌓아 자국의 국경 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개미구명 하나없이 막는 것이었기 때문에 홍수가 나면 자신의 나라는 안전하지만 이웃나라는 어김없이 물바다가 됐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치수를 두고, 우(禹)임금의 치수를 능가 한다고 자부했다.

어느 날 맹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저의 치수 방법이 하우씨(夏禹氏)의 치수와 비교해서 어떻습니까” 라며 은근히 자신의 치수사업을 자랑했다. 그러자 맹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 임금의 치수는 물의 흐름을 순조롭게 이끌어 물이 무사히 사해에 이르게 해 사해를 물구덩이로 만들어 홍수를 이끌어 오지만, 당신의 치수는 언제나 재방을 높이 쌓아 물을 거꾸로 역류시켜 이웃나라를 온통 물구덩이로 만들고 있으니,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써 어찌 그 같은 일을 할 수가 있습니까” 라고 깨우쳐 주었다.

우리와 가까운 이웃 일본은 몇 해 전 대지진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고,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모든 이웃 나라들이 그들을 돕는데 힘을 아끼지 않았고, 우리도 정부와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그들과 아픔을 함께 했다.

그런데 일본은 당시 지진피해로 파손된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된 물을 그들 나라 밖 공해상에다 투기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요즈음은 과거 그들 조상들이 저지른 만행의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것도 모자라 지금까지 지켜온 그들의 평화헌법을 고쳐 군사대국화의 기반을 만들려 하고 있다.

이런 행태 때문에 이웃 나라들로부터 왕따를 당하자 이번에는 자국민 보호와 일본인 납치문제해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장차 자신들에 심장을 향해 쏠 핵폭탄 제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북한과 화해무드를 조장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와 함께 만들어 놓은 약속의 틀을 깨고, 스스로 경제 재제의 해제를 강행하여 오히려 저들을 돕고 있는 꼴이 되었으니 이것이야 말로 ‘이린위학’의 극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천도 휴영이익겸(天道 虧盈而益謙), 지도 변영이류겸(地道 變盈而流謙), 귀신 해영이 복겸(鬼神 害盈而福謙), 인도 오영이호겸(人道 惡盈而好謙)’이라고 했다. 이는 ‘하늘의 도는 가득함을 일그려 모자람에 보태고, 땅의 도는 가득함을 변하게 하여 높은 곳에서 낮은 곳에 이르게 하며, 귀신은 가득한 것을 해롭게 하여 겸손한 것에 복을 주고, 사람의 도는 가득함을 경계하여 겸손함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사람은 항상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는 것을 잃지 말라는 교훈의 뜻이 담긴 말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일본인이기에 최고로 우월하고, 일본인만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일본인이라야 세계 일등국민이 될 수 있다’는 과대망상에 빠진 극우 인사들이 그들 사회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하지만 양식을 가진 세인들의 눈에는 한갓 파렴치한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인간으로써 가져할 기본적 양심인 공경과 겸양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의 위정자들이 알아야 할 점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늘의 이치를 두려워하고 스스로 그에 순응할 수 있을 때만이 진정으로 세계의 지도적 국가에 이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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