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회-4. 모반과 추억(5)
41회-4. 모반과 추억(5)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2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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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구라에겐 모반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는 과격하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앞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가 있는 곳에서는 늘 뒤를 조심해라.”

부왕은 무슨 생각에서였을까, 그의 모반을 예견하고 있기라도 한 듯 그렇게 말했다.

“어느 해(209년) 골포국(骨浦國)의 성주였던 그의 선대조부 필마지는 포상팔국(浦上八國)을 부추겨 난을 일으켰다. 일찍부터 철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 강력한 나라를 만들게 되었던 구야국(가락국)이 해상의 요충지를 차지한 채 철의 교역을 독점하자, 골포(창원), 칠포(함양 칠원), 고사포(고성), 사물(사천), 보라국(나주 일대)과 같은 서쪽 바닷가 여덟개 나라가 규합해 난을 일으켰던 것이다.”

“골포국이라면 어느 나라를 말하는 것이옵니까?”

진수라니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지금 탁순국(창원가야)이 들어서기 전 바로 그 자리에 있었던 나라라는 것을 여태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바로 그 나라 변경의 성주였던 필마지가 바로 그 변란의 중심에 있었던 거다. 필마지는 안야국(아라국)의 은밀한 지원을 받아 포상팔국을 오가며 세력을 규합해 난을 일으켰다. 며칠간의 치열한 백병전이 계속되고 많은 병사들이 전사하고 구야국이 열세에 몰리게 되었다. 상황이 위급해진 구야국왕은 왕자를 사로(신라)에 보내 구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신라에 말입니까?”

“그렇단다. 석탈해가 쳐들어와서 수로왕과 전투를 벌이다 패배하고 물러간 지 165년 만이었다. 구야국(가락국)이 사로국(신라)에 처음으로 굴욕적으로 자세를 낮추었던 사건이었다.”

“사로국에서 병력을 순순히 보내주었습니까?”

“순순히 보낼 리야 만무하지. 구야국의 왕자를 볼모로 잡아 놓고 병력을 보냈다고 한다. 사로국의 태자 우로와 이벌찬 이음이 6부의 군사를 이끌고 와서 반란군을 토벌하고 팔국의 장수들을 쳐 죽이고 포로 6천명을 빼앗아 돌아갔다고 전한다. 그때 필마지는 성을 버리고 안야(아라)국으로 도피하였다고 한다.”

부왕을 한참 동안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참으로 묘하게도 필마지 몇 대 후손인 필도하라가 안야국에서 사람을 선동하고 모반을 꾀하려다 발각되어 이곳 다라국(합천가야)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는 선대왕이 그를 받아들여 나라에 많은 공을 세우게 하였다.”

그때 부왕은 무슨 생각에서 그 말을 하였을까. 부왕은 이미 필모구라가 언젠가는 모반을 꾀하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을까. 그의 몸엔 과연 반역자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걸까? 눈알에 화살을 맞고 쓰러져 있는 필모구라를 바라보는 진수라니의 마음이 결코 편치만은 않았다. 가슴엔 만감이 교차되었다. 필모구라의 비명소리가 다시 허공을 갈랐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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