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회-4. 모반과 추억(4)
40회-4. 모반과 추억(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27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살이 필모구라의 오른쪽 눈에 꽂혔다. 필모구라가 뒤로 쓰러지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부관들이 쓰러진 필모구라에게 달려갔다. 길마루지 장군에 이어 필모구라 하한기마저 쓰러지자 병사들은 우왕좌왕했다. 지휘부를 잃어버린 병사들은 순식간에 오합지졸이 되고 말았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황우산성의 강단석 장군이 이끄는 친위대 병력들이 공격을 가했다. 반란군들은 달아나거나 힘없이 쓰러졌다. 싸움의 목적이 없어진 병사들은 애써 싸우려 하지 않았다.

“항복하는 자는 모두 용서해 주겠다. 손에 쥔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려라!”

강단석 장군은 크게 소리쳤다.

“자, 이제 아군은 잠시 칼을 멈추고 저자들에게 항복할 기회를 주어라.”

장군의 명에 따라 친위군이 공격을 멈추자 반란군들은 하나 둘씩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렸다. 순식간에 그 수가 늘어나자 눈치를 보던 병사들이 대부분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싸움은 큰 사상자 없이 끝났다.

진수라니는 성문을 열고 쓰러진 필모구라에게로 갔다. 필모구라의 눈에 아직 화살이 박힌 상태였다. 화살은 그렇게 깊이 박혀 있지는 않았다.

“이놈의 눈에서 화살을 빼주어라.”

진수라니가 능치기말을 돌아보았다.

“눈알과 함께 빠지게 될 것입니다.”

능치기말이 화살을 잡아당기자 눈알아 쑥 빠졌다. 필모구라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화살은 눈알의 중앙에 박혀서 밖으로 차고 나가지는 않았다. 능치기말은 화살을 빼어내고 그 눈알을 도로 눈 안에 쑤셔 넣었다. 눈알이 앞뒤가 뒤바뀌어 눈 안으로 쑥 들어갔다. 눈에서 줄줄 피가 흘렀다. 필모구라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네놈은 지금 고통 때문에 내 말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만, 어떻게 해서 모반을 꾀하였느냐? 너의 아비가 이 나라로 피신 온 것을 선대의 왕이 너그러이 받아들여 야철지의 관리로 임명하고 다시 나라의 중책을 맡겨 은혜를 베풀었거늘 어찌하여 나라에 모반하였단 말인가?”

진수라니가 칼을 뽑아 그 칼등으로 필모구라의 등을 치면서 말했다. 필모구라는 이제 가벼운 신음소리를 낼 뿐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그의 반응으로 보아 진수라니의 말을 듣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네놈을 죽이지 않은 이유를 모를 것이다. 나는 네놈의 목숨을 끊지 않았다. 네놈이 무엇 때문에, 대를 이어 은혜를 입은 이 나라를 배반하였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다. 네놈을 죽이기 전에 그 이유를 알고 싶다. 그래서 네놈을 죽이지 않았다.”

친위대의 군장들과 병사들이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어서 말하라. 네놈의 한쪽 눈을 마저 뽑아 놓기 전에 어서 그 이유를 말하라. 어찌하여 네놈을 키워준 이 나라를 배반하였는가? 그 이유를 어서 말하라.”

진수라니는 격하게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나라를 배반한 자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의 감정 위에 연민이 더해졌다. 불현듯 오래전에 부왕과 나누었던 대화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