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국 독일에서 배우는 교훈
월드컵 우승국 독일에서 배우는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2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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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월드컵 우승 후보국을 점치기 시작하던 때의 기억이다. 여러 우승 후보국 가운데 독일은 이미 10년 전부터 녹슨 전차군단이라고 세계의 이목으로부터 밀려났었다. 그런 독일이 개최국 브라질은 물론이고 아르헨티나를 꺾고 2014 월드컵 축구대회의 우승국이 됐다.

외신에 따르면 이미 지난 10년 전부터 독일은 약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전국각지의 축구센터를 건립해 미래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했으며 유소년 축구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국가적 투자를 해 왔다고 한다.

반면에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쓸쓸히 귀국한 우리 국가대표팀을 향한 쓴 소리와 비판들은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축구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넘어서서 우리네 현실을 되돌아보지 않는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다. 눈을 돌려 우리 자신들의 민낯을 들여다보면 창피하기 그지없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 교정을 들여다보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가 없다. 입시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학교수업을 마치면 또 학원에 모두 몰려가 있다. 또한 놀라고 해도 놀 공간도 마땅히 마련돼 있지 않다.

옛날에 우리 세대는 학교를 마치고 동네 골목에서 공놀이를 하곤 했다. 책가방 두 개만 놓으면 축구골대가 완성되고 나름대로 동네마다 서로 다른 경기규칙을 만들고 이를 서로 공유하면서 소통을 해왔다.

반면에 오늘의 청소년들을 바라보면 학교와 학원에 지쳐 있다가 그나마 남는 자투리 시간에는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곤 한다. 그들은 이미 게임 개발자에 의해 정해져 있는 규칙에 순응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남들과 채팅으로 소통하면서 그러한 질서에 순응하고 편입되고 중독돼가고 있는 것이다.

오직 마우스나 키보드를 움직이는 손가락만 분주할 뿐 몇 시간씩 의자에 앉아서 모니터만 응시하고 모니터와 소통하며 집중한다. 이런 우리네 청소년들의 생활환경에서 신체 건강하고 나와 다른 사회 구성원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세계시민이 육성될 수 있을까?

필자는 우리 청소년들이 모두 축구를 잘해서 월드컵을 우승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우리나라 미래사회의 건강함을 위한 변화를 고민하자는 주장이다.

엘리트교육에 의한 한 두 명의 스타선수를 길러내는 것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한두 명의 천재가 전부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이미 메시가 속한 아르헨티나팀의 교훈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반면에 특별한 스타 선수 없는 주전과 후보 선수가 평준화된 독일 축구의 탄탄한 인프라를 새롭게 주목하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을 무조건 운동장에서 놀리자는 주장도 아니다. 조밀한 교육계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우리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고 몸을 쓸 줄 알고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기 위한 친구들과 대화를 할 줄 알고 개인 간의 무한 경쟁이 아닌 팀플레이와 공동체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득해나가는 체육, 문화, 예술 교육환경 생활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입시지옥과 게임중독에 빠져 허덕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다른 기회와 가치를 제공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따져보고 스스로의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이것이 4년 뒤, 8년 뒤 월드컵의 희망의 싹을 위해 지금부터 씨 뿌리는 농부의 마음일 것이다.

아울러 우리 청소년들을 위한 체육, 문화, 예술을 위한 미래투자가 사교육, 게임 산업 그리고 유흥산업에 기반한 지하경제 투자를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건강한 사회투자로 전환시켜 나가는 선순환의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송진호 울산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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