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회, 있는 규칙부터 잘 지키자
안전한 사회, 있는 규칙부터 잘 지키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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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는 커다란 범죄조직을 말한다. 거기에 빗대어 관피아라는 합성어가 만들어졌다. 퇴직 선배 관료가 이익단체에 들어가 현직 후배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불법 커넥션을 만드는 것이다. 관피아를 우리말로 하면 나쁜 ‘한통속’, 시커멓게 탄 ‘한솥밥’이 아닐까. 해피아, 철피아 등은 관피아의 하부 조직이다.

국가안전처며 무슨무슨 센터며 지금 새로운 기관을 만드느라 야단이다. 또 새로운 제도와 법안을 만드는데 혈안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안전한 사회를 원한다면 있는 규칙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 기관과 규칙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귀중한 시간을 다 보낼 수 있다. 그러므로 먼저 있는 규정이나 규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또 적절한 규칙인지도 재평가해야 한다.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 바로 안전이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특히 지하철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출장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기차를 많이 이용한다. 기차역이나 지하철역에는 어디나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에스컬레이터 입구나 올라가는 중간에는 안전수칙이 붙어있다.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있다. 필자가 매주 이용하는 울산역과 대전역에도 노란 바탕에 ‘노란 안전선 안에 서세요’,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절대로 걷거나 뛰지 마세요’, ‘두 줄로 서세요’라는 매뉴얼이 붙어있다.

우린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가. 중년 이후의 나이 드신 분들은 그래도 잘 지킨다. 물론 기력이 떨어져 걷거나 뛸 수가 없어 그럴 수도 있지만 핸드레일을 잡고 생활안전을 잘 지키고 있다. 반면 청소년과 젊은 층은 안전수칙을 거의 무시한다. 사이사이로 빠른 속도로 막 걸어 가고 지하철이 도착할 쯤이면 거의 뛰다시피 한다. 그러다가 고장이 나서 갑자기 멈춰서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사람은 물론 연쇄반응으로 애꿎은 다른 사람들까지 고스란히 피해를 본다. 그동안 사고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에스컬레이터는 기계다. 당연히 좌우로 고르게 하중이 퍼져야 기계가 무리가 없다. 그래서 좌우로 한 명씩 엇갈려 서서 질서 있게 올라가는 것이 정수다. 심지어 비켜달라고까지 하니. 절대 잔꾀를 부리거나 꼼수를 써선 안 된다.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급히 가야할 사람은 조금 서둘러 출발하면 안전하다. 그래도 늦었다면 가운데 있는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

혹시 내가 잘 몰라서 아니면 요즘 기계 성능이 출중해서 한 쪽으로 쭉 서서 올라가도 기계에 무리가 안 간다면, 또 급한 사람들은 왼편으로 먼저 올라가도록 허용한다면 붙어있는 안전수칙을 당장 바꿔야 한다. 그 전까지는 있는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안전은 문화다. 안전은 교육이다. 최근에 ‘예고 없는 사고 없다’라는 하인리히 법칙이 이슈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한 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와 관련된 소형사고가 29건, 소형사고 이전에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징후들이 무려 300번이나 나타나는 통계적 법칙, ‘1:29:300’을 하인리히 법칙이라 부른다.

최근에 일어난 대형사고는 사람과 생명보다는 돈과 권력 중심의 사회가 보여주는 병폐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돈은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 사회, 권력은 좇으면 생기는 게 있지만 원칙을 지키면 힘만 드는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이제 이 비극은 여기서 끝나야 한다.



우리나라 5대 국경일 중 3월1일 삼일절, 8월15일 광복절, 10월3일 개천절, 그리고 10월9일 한글날은 법정 공휴일로 쉬고 있다. 유독 7월17일 제헌절은 공휴일에서 제외되어 있다. 요즘처럼 심란하고 답답한 국회를 보노라면 이래서 헌법의 진정한 의미와 정신이 점점 잊혀져가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중학생에게 제헌절이 어떤 날인지 물었더니 “제사 지내는 날인가?”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는 젊은이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헌법정신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법을 모르고 법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과연 안전을 논할 수 있을까.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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