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회-4. 모반과 추억(2)
38회-4. 모반과 추억(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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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연기를 피워 올려도 길모성의 군사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하-하”

길마루지 장군이 성루를 올려다보며 크게 웃었다. 그의 행동을 보고 사기가 오른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 소리에 고무된 듯 길마루지는 말을 타고 병사들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그들을 독려했다.

“신라의 첩자와 내통한 한기의 비(妃)를 처형하라.”

길마루지가 다시 성루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신라와 화친하려는 무리를 처단하여 그 목을 성루에 매달아라.”

길마루지는 마치 천하를 손안에라도 넣은 듯이 안하무인의 자세였다.

“한기는 백기를 올리고 항복하라. 다시 말하지만, 오늘 낮 동안의 기한을 주겠다. 그러지 않으면 오늘 밤 안으로 궁성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길마루지의 말을 듣고도 진수라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몸을 낮춘 채 아무런 말도 없이 길마루지의 행동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주시했다. 명궁 능치기말도 숨을 죽인 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신호를 하면 저자를 쏘아라.”

한기 진수라니는 능치기말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알겠사옵니다.”

능치기말은 손에 활을 쥔 채 한기 쪽으로 돌아보았다.

“한번에 숨을 끊어 놓아라.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능치기말의 눈이 빛났다.

봉수대에 연기를 올려 위급함을 전달한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길모성과 황우산성에선 어떤 기별도 병력도 오지 않았다. 진수라니는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길마루지의 말처럼 길모성과 황우산성의 친위병력에 어떤 변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그때 길마루지가 다시 병사들 앞으로 돌아왔다.

“자 모두들 기뻐해라. 마침내 길모성의 성주가 우리에게 투항했다는 소식이 왔다.”

길마루지가 상기된 표정으로 병사들을 향해 칼을 치켜들었다.

와-아-. 병사들이 다시 함성을 질렀다. 병사들은 길마루지의 말에 고무되어 함성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은 우리에게 기울었다. 시간만 지나면 다 우리 것이다. 모두 힘을 내어라.”

길마루지 장군은 병사들을 격려한 뒤 다시 성문 앞으로 왔다. 그는 말고삐를 잡은 채 성루를 올려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길모성의 성주 수모라 장군도 스스로 투항하여 우리 편이 되었다. 그래도 버틸 텐가?”

길마루지의 말에 한기는 아찔했다. 길모성의 병력이 도착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길모성이 그들의 손에 넘어갔다면 이제 궁성을 그들에게 넘겨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 가닥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왕궁의 제2의 친위 병력인 황우산성의 병력이었다.

글=이추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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