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국주의, 지방 식민지
서울 제국주의, 지방 식민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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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고3 아들의 진학정보를 얻기 위해 울산 시교육청이 주최한 2015학년도 대학진학정보 박람회장에 가보았다. 대강당에서 대학별 진학설명회가 있었고, 야외에 상담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서울소재 대학이나 지방 유명대학 부스에만 많은 학생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을 뿐 나머지 지방대학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SKY, 인서울, 지거국, 지잡대’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나라여서일까? 우리 사회에선 대학의 서열과 등급을 일컫는 표현이 일상용어로 사용한다. 어느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사람의 등급까지 자동으로 매기는 풍토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서울과 수도권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반면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전반적 사회경제 구조와 연관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민들의 선택은 ‘탈 지방, 향 서울’이다. 지방의 우수한 인재는 서울로 떠나고, 우리나라 인재는 조건이 더 좋은 외국으로 떠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바람직한 현상으로 왜곡돼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 칼럼에서 ‘지방 식민지 독립투쟁’이라는 과격한 용어까지 사용해가며 다음과 같이 말한 지식인도 있다.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다. 지방 식민지화는 인정 욕구의 획일화·서열화는 물론 대학입시·사교육 전쟁, 극심한 빈부격차, 지역주의, 정치의 이권 투쟁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들의 핵심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사람의 ‘내부 식민지 이론’은 1970년대 남미 종속 이론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국가들 사이에서만 식민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 안에서도 극심한 지역 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과거 제국주의국가가 식민지국가를 착취하는 것을 당연시 했던 것처럼 서울이라는 도시가 대한민국에서 거대한 제국주의의 모습으로 지방을 지배하고 있다는 논리이다.

게다가 거대 매스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서울 제국’은 ‘서울 중심적 사고’를 대량 생산해 지방의 자립성을 말살하고, 서울 중심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 5곳이 모두 서울에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가기 위한 KTX는 분명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서울 중심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입시철만 되면 중앙지에서 발표한 국내대학 서열발표와‘인 서울’ 바람, 서울소재 대형사설학원이 배포한 대학별 지원점수대가 서울소재 대학위주로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여파로 지방민들은 ‘서울의 것이 무조건 가치 있고, 지방은 이를 본받아야 한다’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매몰되고 말았다.

지방이 이토록 피폐한데도 ‘서울중심의 제국주의자들’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서울과 지방을 구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서울 제국주의와 지방 식민지의 문제는 비교 우위, 경쟁력, 효율성 등 시장경제 관점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전체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인간으로써의 보편적 삶의 질과 형평성의 원칙에서 생각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가 서울중심에서 지역과 서울 모두가 중심이 되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스스로 중심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서로 독자성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면 모두가 상생하는 품격 높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김갑수 대현고 교사 / 교육부 교육과정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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