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문자리 행복 한아름… ‘쓸고 또 쓸고
머문자리 행복 한아름… ‘쓸고 또 쓸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7.12.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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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공원 ‘환경파수꾼’ 18인의 땀방울 세상

작년 주말 평균 3만여명 발걸음

백일장·학예대회 등 행사 168건

“깨끗한 공원조성 시민참여 기대”

울산대공원은 시민들의 도심 속 찌들은 일상을 흡수하며 생활 속 깊숙이 잡았다.

모처럼 가족과의 소풍장소로, 자녀의 자연학습공간으로, 때론 늘그막 말동무를 찾는 휴식처로도 이용되고 있다.

공원에는 지난 해 3월부터 10월 사이 주말에만 평균 3만 여명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했다. 꼭 이 기간이 아니더라도 한 주 동안 평일에 찾는 인원을 합하면 대략 1만~1만5천 여 명에 달한다.

2007년 울산대공원에 정식 협조를 요청한 크고 작은 행사만도 168건. 행사 인원만 6만9천946명이 다녀갔다. 울산지역 초중고교의 소풍은 물론 백일장, 각종 학예 대회, 기업 행사 등 대공원 남문 일원에서 열렸던 2007 울산평생학습축제(10.26~28)에는 사흘 남짓한 기간 동안 10만 여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처럼 울산대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지역 사회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6일 울산대공원을 깨끗한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울산시가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울산대공원의 내일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2008년 올 한 해에도 공원을 지키는 ‘환경 파수꾼’의 이야기속에서 해답을 찾을 있다. 총 면적 110만평, 시설면적만 24만평인 울산대공원에서 청소를 맡고 있는 이들은 모두 18명이다. 용역 회사의 직원들인 이들의 평균 연령은 58세. 공원 이 곳 저곳을 쓸고 줍고 다니다 보니 구석구석 안가본데가 없다. 그러다보니 별의별 일도 많다.

방금 쓸고 간 자리에 휙 던져지는 쓰레기들, 정성들여 가꾼 잔디밭은 학생들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고, 모처럼 도와준다며 공원을 방문하는 단체들도 열에 아홉은 형식적, 공원에서 2년째 청소반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수곤(62)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원 청소반장 김수곤씨

“형식적인 봉사활동 더 힘듭니다”

▲ 공원 청소반장 김수곤씨
김수곤 반장은 지난해 12월 15일 공원 내 한 장애인화장실에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가 안에서 벌어진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타는 냄새가 나더라니 휴지가 불에 타고 있었습니다. 케이크는 벽마다 으깨져있지. 바닥에는 갓 태운 담배꽁초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겨울이라서 화재위험도 있는 터라 정말 놀랐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장애인 화장실이 늘 조용하고 비어있으니까 자주 들어와서 놀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몇 번 주의를 줘도 그때뿐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종종 있습니다.”

김 반장은 “학생들이 무섭다”고 했다. 특히 “봄 가을 소풍 철이 돌아오면 공원은 학생들로 인해 비상사태가 된다”고 했다.

“초등학생은 둘째 치고 중고교생들은 자전거를 타고 잔디를 짓밟기 일쑵니다. 정성스레 가꾼 잔디는 한 번 망가지면 복구하기까지 4~5개월을 족히 걸립니다. 듬성듬성 엉망이 된 잔디를 보면 ‘저걸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김 반장이 안타까워했다.

“함께 온 선생님들께 부탁해 봐도 두손 두발 든 지 오래라고 했습니다. 학교마다 공문도 보내봤는데 소용없었습니다. 학생 때부터 이런 교육이 참 중요한데도 말이죠.” 김 반장은 “학교측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학생지도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학생들이 봉사 활동을 하러 많이 옵니다. 공부하기도 바쁠텐데 공원에 와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면 기특합니다. 학생들은 뭐든지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웃음)” 학생들로 인해 울고 웃고 하는 김 반장. “젊은 힘을 당해 낼 수 없다”고 했다. “사회단체나 기업들이 많이 도와주러 옵니다. 근데 열에 한 두 곳을 빼고는 형식적인 봉사에 그치고 맙니다. 군데군데 청소를 하다가 사진 찍기에 바쁘지요. 어차피 기대는 안 했지만 그렇게 하고들 가면 사실 청소하기가 더욱 힘듭니다. 어떤 사람들은 도와준다며 와 놓고선 나눠준 종량제 봉투만 달랑 집에 가져가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 반장이 가장 힘든 때는 따로 있다.

“한참 비질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툭 던지는 겁니다. ‘그러면 안된다’고 하니 ‘당신이 여기 왜 있는거요?’ 하며 따지는 겁니다. 그럴 때면 정말 일하기 싫지요.”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불만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저 공원이 깨끗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결국 시민들에게 좋은 거니까요. 갑자기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나아지겠지요” 김 반장은 “올 한해동안 공원은 더욱 깨끗해질 것”이라고 했다. “저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관광오시는 분들이 그럽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일해서) 무척 부럽다고’ (웃음)할 수 있는 데까진 정말 열심히 일할 겁니다. 공원이 늘 깨끗하고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사람들마다 다 행복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제 새해 소망입니다.” 김 반장은 “가장 힘들 때 가장 기쁜 일을 생각한다”고 했다. /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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