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외로움을 만났을 때
살다가 외로움을 만났을 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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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수영장에 갔다. 수영 후 샤워까지 마친 한 시간 반 동안 누구에게도 연락이 없었다는 걸 확인하고 순간 몹시 외로워졌다. 수영하다 발에 쥐가 나 허우적거리다 의식을 잃어도, 탈의실에 강도가 들어 인질이 되어도, 그럴 일은 있음 더 좋지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 같은 외계인이 순간이동 해 날 납치하여도, 내가 말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 왠지 오늘 날씨처럼 우중충하게 느껴졌다.

소량의 몸의 중량이 빠져나간 걸 알아차리고 집에 와 기름 좔좔 흐르는 감자볶음에다 밥을 비벼먹는데, 태어나 단 한번도 말라본 적 없는 내가 왜 그런지 문득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기름 좔좔 흐르는 감자볶음을 바라보자니 더 외로워졌다.

하지만 문득 외로움 그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인간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으로 보내질 때 누구하나 손에 손 잡고 하나 되어 오는 것도 아니고 갈 때도 합동으로 줄서서 가는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 그렇게 혼자인 게 외로웠던 건지 궁금해졌다.

사실 예술가에게 외로움이란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환경일 것이다. 적당히 고독함을 느낄 때 작품을 향한 사유의 공간도 커질 것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한 예리해질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외로움은 조금 다른 의미일 수 있다. 쉽게 말해 우리야 외로우면 작업하고 그러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럴 때 어쩌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혼 6년차 어느 선배는 아이가 5살인데 한 침대에서 엄마, 아빠, 아이가 함께 잔다고 했다. 거의 아이가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렇다고 했고 그나마 아빠는 바쁜 회사업무로 밤 11시, 12시에 귀가해 아침 7시에 출근한다했다.

결혼 4년차 아직 아이는 없는 동창 역시 남편이 12시가 다 되어야 퇴근을 하고 그나마 주말에도 업무가 많은 편이라 했다. 현재 6살, 4살의 예쁜 남매를 키우는 친구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한 남편은 두 아이에게만 뽀뽀를 한차례씩 하고 아내는 그냥 건너뛴다고 했다. 그냥 우리부부는 아이들 보며 산다고 했다.

아이들 다 교육시킨 50대의 어느 분은 부부가 각방을 쓴단다. 나이드니 그게 더 편하다는데 100세 시대에 50년을 각방 쓰는 일인데 그게 과연 편안한 건지, 행복은 한 건지. 젊을 때는 아이들과 함께 방 쓰고 나이 들면 편안하려고 또 각방을 쓰는 상황이 아이러니 했다.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드는 생각은 한가지다. 아… 참 외롭겠다…

살면서 외로움을 만나는 순간은 아마도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때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은 필자도 사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태어난 지 5년이나 된 아이와는 독립된 침대를 쓰는 것이 맞고 그나마 주말만이라도 가정에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회사 측에서 배려하는 게 맞고 아무리 회사에서 녹초가 되어 돌아와도 아이들 한번 챙길 때 아내도 함께 챙기는 게 맞고 이제 겨우 환갑 다 된 남편들이 뒷방 늙은이 취급당하는 건 잘못된 거라는 게 맞다는 것이다.

살면서 외로움을 만났을 때 우리 모두 자신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도록 그냥 이렇게 말해보자.

“아~ 외롭다~”

혹시 그래도 외롭다면 옆 사람에게까지 들리도록 이렇게 말해 보자.

“아~ 외롭다!!!”

<이하나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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