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회-3. 늑대와 달(5)
29회-3. 늑대와 달(5)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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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인 고당(高堂) 본당 주변엔 10여 체의 부속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각국의 사신들과 수행원들이 그 부속 건물에 머물고 있었다.

진수라니 한기가 도착한 다음 날 왜국 사신 오우미노 게누오모이(近江毛野臣)가 수행 병력을 데리고 도착했다. 그 뒤를 이어서 백제의 좌평(장관)급의 고위관리인 마나갑배(痲那甲背)와 마로(痲鹵)가 도착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뒤 신라의 부지나마례(夫知奈痲禮)와 해나마례(奚奈魔禮)가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책임 있는 고위직의 인물이 아니었다.

신라는 그러한 회의가 탐탁지 않아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신라 조정은 탁기탄국(영산가야)과 탁순국(창원가야)을 공격한 것에 대한 여러 나라의 비난이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인지, 책임 있는 상위 직책의 사신을 보내지 않고 하위직을 보내 회의 진행 상황과 조칙만을 파악하도록 한 것 같았다.

회의가 있는 날 각국의 대표들이 속속 회의장에 입장했다. 아라국왕이 수행원을 데리고 먼저 입장했다. 그 다음에 가라국(대가야)의 한기가 대신 두 명을 데리고 입장했다. 가라국 한기의 얼굴은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 굳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걸음걸이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 뒤를 이어서 다라국의 진수라니 한기가 상수위를 비롯한 대신을 데리고 입장했다.

왜국의 사신 오우미노 게누오모이(近江毛野臣)는 탁순국의 국왕 아리사등과 함께 입장했다. 고자국(고성가야) 국왕과 사이기국(의령가야), 졸마국(함양가야)의 국왕, 자타국(진주가야) 남가라국(김해가야) 국왕이 각각 수행원을 데리고 입장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백제의 군윤귀 장군과 마나갑배 장군, 그리고 마로 장군이 좌우에 군관을 대동한 채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 군윤위 장군의 자세가 매우 거만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신라의 관리 부지나마례와 해나마례가 입장했다.

회당 중앙에 큰 타원형 탁자가 놓여 있고 그 뒤에 다시 각국의 수행원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별도 마련되어 있었다. 선 자리에서 간략하게 서로간의 인사가 끝나자 각국의 대표들은 정해진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라국왕은 회의석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그 오른쪽으로부터 가라국의 한기, 그 다음에 다라의 진수라니 한기가 앉았다. 그 다음에 남가라국, 탁순국, 고자국, 사이기국, 자타국, 걸손국, 임례국, 졸마국, 그리고 왜국의 사신들이 자리를 잡았고, 백제와 신라에서 온 사신들이 그 옆 자리에 앉았다.

“오늘 가라국과 가야 연맹의 여러 나라의 국왕과 한기, 그리고 남부여와 신라의 사신들, 그리고 왜국의 두 사신이 참석 하셨습니다. 이 고당에 만당하신 제위의 고견을 하나로 하여 옛 가야의 영토를 복원하고 주변국 간의 평화를 위한 협정이 맺어지기를 앙망하오이다.”

아라국왕의 모두 발언이 있었다. 목소리가 굵고 어조가 차분했다.

“주지하시다 시피 지금 가야 제국을 둘러싼 주변의 위기는 신라와 남부여(백제)의 침입으로 인해 비롯되었다는 것을 제국의 제위께서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외다. 아라국 주변 제국의 안정과 평화는 신라와 남부여가 침략한 영토에서 물러나는 길 이외에는 없소이다.”

아라국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탁순국 아리사등왕이 말을 받았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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