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3. 늑대와 달(4)
28회-3. 늑대와 달(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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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왕 전하께서는 여러 나라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아라국(함안가야) 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벌서 회의장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말인가?”

“국왕 전하께서는 왕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장소를 정하시고 붙여질 이름을 고당(高堂)이라고 명명까지 하였사옵니다.”

“고당이라 하였느냐?”

진수라니가 반문했다.

“그러하옵니다. 여러 나라의 최고 높은 사람들이 모여 고결한 뜻을 모으는 곳이란 뜻에서 고당이라고 명명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그 뜻은 좋다만…….”

진수라니 한기는 말끝을 흐렸다.

“그 터만 해도 엄청나며 세워질 건물은 크기가 길이가 25간(間)(45m)에 이르며 그 폭이 10간(間)(18m)이나 되는 거대한 건물이옵니다. 왕궁보다도 그 크기가 더 크옵니다.”

“그렇게 거대한 회의장을 짓고 누구를 불러 회의를 하려 한단 말인가?”

진수라니의 말에는 회의적인 내색이 배어나왔다.

“국왕 전하께서 대신 몇 명을 데리고 회의를 주관하시게 될 것이며, 아라국의 왜관(倭館)에 머물고 있는 왜의 사신들, 그리고 가야 연맹의 여러 나라 한기들께서 참석할 것이며 신라와 백제의 사신들도 참석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신라와 백제가 그 자리에 나와 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참석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뜻만을 고집하려 하지 않겠는가?”

진수라니는 아라국왕이 구상한 국제적 회의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의가 열린다 하더라도 바람직한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서로의 뜻이 대립하고 있는 마당에 양국도 아닌 다국 간의 회의에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였다.

아라국의 사자가 다녀가고 나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진수라니 한기가 변경의 수비를 강화하게 하고, 군사 요충지에 있는 성을 개축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을 때 아라국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고당이 완공되어 회의가 열린다는 전갈이었다. 사신으로부터 참석해 달라는 아라국왕의 서계를 받은 진수라니 한기는 상수위를 불러 고당 회의를 준비하게 했다.

다라국의 최고 권력자로서 당당한 기풍을 갖춘 의관을 준비하게 했다. 그리고 상수위를 비롯한 일단의 대신들을 대동한 채 아라국 궁성으로 향했다. 아라국 국경 지대엔 경비가 삼엄했다.

진수라니 한기 일행이 아라 궁성에 들어설 무렵 해가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먼저 아라 왕궁에 들러 왕을 예방했다. 아라왕은 진수라니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화려하게 꾸며진 사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아침 일찍 고당을 둘러보았다. 고당은 어마어마하게 큰 건물이었다.

멀리 산천을 굽어보며 선 그 당당한 위용이 참석자들을 제압하고도 남을 정도로 웅장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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