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3. 늑대와 달(3)
27회-3. 늑대와 달(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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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가 불러들인 왜군은 고구려를 치기 전에 신라를 먼저 침공하였고 결국 서라벌이 그들에게 공략되지 않았던가. 이에 내물왕은 고구려에게 원병을 요청하게 되고, 광개토왕은 5만의 기병으로 신라에 와서 왜군을 물리치고, 도망가는 왜군을 쫓아 구야국(狗邪國)(전기 금관가야)에까지 들어가게 되고, 그 결과 구가야를 중심으로 하는 가야연맹이 해체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다시 아라국(함안가야)이 왜국의 군대를 불러들여 신라를 치려한다는 말인가?

진수라니 한기는 잠시 고개를 들어 허공을 쳐다보았다.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그의 뇌리에 수많은 생각들이 쓰쳐갔다.

“왜왕이 아국 아라국을 돕기 위해서 자진해서 출전할 것이라 말하고 있사옵니다.“
“왜왕의 뜻도 뜻이지만, 왜국 사신들은 아라국왕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지 않은가?”
진수라니 한기는 사자의 말에 의아하게 여겨지는 바가 있어서 다시 물었다.

 “국왕 전하의 뜻에 따라 움직여왔던 것은 사실이옵니다.”
사신은 다소 놀라는 기색이었으나 곧 표정을 바꾸어 시인했다.

“왜국과 신라로 인해 가라국과 아라국이 남과 북으로 갈리어 싸우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진수라니 한기는 아라국왕이 왜국 사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라국왕의 계책 속에는, 아라국의 배후에 왜국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신라와 백제를 막아보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아라국왕은 신라와 백제와 이중적인 관계를 형성해서 아라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諸國)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이미 여러 면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백제가 서쪽에서 세력을 뻗쳐오면 신라와 친화정책을 펴고, 백제가 낙동강을 건너 서진해 오면 백제와 친화 노선을 취해왔던 것이 아라국왕의 대외 정책이었다.
“국왕 전하께서는 외세에 의한 연맹국 간의 불화와 분열을 막기 위해서 대대적인 회의를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사자가 다국(多國) 회의에 대한 말을 꺼냈다.
“회의라니?”

“이미 그 뜻을 실행하기 위해서 준비를 착수하였습니다.”
“그것이 아라국왕의 혼자 뜻이란 말인가?”

“왜국의 사신 게누오모이에게는 이미 그 뜻을 전달했고 주변 여러 나라에도 그 뜻을 전달하고 있는 중입니다.”

“게누오모이가 왜군을 불러들여 신라를 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게누오모이의 그러한 뜻을 돌리기 위해서 회의를 더 서두르고 있는 것이옵니다.”
아라국의 사자는 다라국 한기의 질문을 예상하고 오기라도 한 듯 조목조목 막힘없이 대답하였다. 사자의 말과 태도는 매우 진지하고 충직해 보였다.

진수라니 한기는 사자의 말을 통해 아라국왕의 의중을 대략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었다. 신라를 치겠다는 것은 서쪽으로 영토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신라의 뜻을 꺾고 신라를 화해의 장으로 끄어들이기 위한 아라국왕의 계책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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