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3. 늑대와 달(2)
26회-3. 늑대와 달(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0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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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倭館)에 와 있던 사신이 신라를 공격하다니?”

진수라니 한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사신 게누오모이가 왜군 6만명을 데려와 신라를 공격하여 탁기탄국(영산가야)의 영토와 탁순국(창원가야)의 빼앗긴 영토를 도로 찾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합니다.”

말을 하는 사자의 입술이 떨렸다.

“뭐라고? 왜군을 불러들여 탁기탄국을 도로 찾겠다고?”

진수라니 한기가 놀란 눈으로 아라국(함안가야)에서 온 사자를 쏘아보았다.

“그러하옵니다. 게누오모이란 자가 본국 왜에 다녀와서 기필코 탁기탄국을 도로 찾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돌아다니고 있사옵니다.”

사자의 목소리가 흥분되어 있었다.

“탁순국(창원가야)과 자타국(진주가야), 사이기국(의령가야)과 걸손국(산청가야)에 이르기까지 신라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어 있는 가운데 나온 왜국의 결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사옵니다.”

“가라국 이뇌왕이 신라와 다시 결맹을 회복하기로 한 이 시점에 신라를 치겠다는 그 말인가?”

한기는 사자의 말을 확인이라도 하듯 다시 물었다.

“신라를 치겠다는 것이 아라국 전하의 뜻은 아닌 줄 알고 있사옵니다.”

“아라국 전하의 뜻이 없는데 어떻게 왜국 사신이 자기 나라 군대를 불러들여 전쟁을 하겠다는 말인가?”

진수라니 한기는 아라국 사자의 말에 쉽게 수긍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사신들의 말은 결국 왜국왕의 뜻이 아니겠사옵니까.”

아라국 사신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렇겠지. 그러하지 않다면야, 어떻게 아라국의 왕도(王都)에 기거하고 있는 왜국의 사신이 그런 말을 호언하고 다닐 수 있겠는가?”

진수라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왕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왜국의 왕은 게이타이(繼?)왕이 아닌가. 남부여 무령왕의 동생으로 일본에 건너가서 왕위에 올라, 백제계를 기반으로 강력한 왕권을 구축해온 바로 그 인물이 아닌가. 백제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병력을 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진수라니는 생각했다.

신라의 흘해 이사금이 왕위에 오른 지 3년째 되던 해(312년) 3월 왜의 응신(?神)왕이 사신을 보내어 아들과 혼인을 청하자 아찬(阿飡) 급리(急利)의 딸을 시집보내어 화친을 도모하였다가, 몇 년 뒤에는 왜를 침공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 그때 신라군은 뢰호내해(세토나이카이)를 통해 왜국의 왕궁 바로 1백리 앞에 있는 아카시노우라(明石浦)까지 진격하였는데, 왜왕이 백마를 죽여 그 피를 바치며 화친하기를 간청하여 물러나긴 하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거의 1백년 뒤(399년) 이번엔 왜가 신라에 쳐들어오지 않았던가. 고구려가 수차례 백제를 공격하여 백제의 세력을 약화시키자, 백제의 아신왕(阿莘王)은 자신의 아들 전지(?支)를 왜국의 닌토쿠(仁德)왕에게 볼모로 보내 화친을 맺고 왜를 불러들이지 않았던가.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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