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3. 늑대와 달(1)
25회-3. 늑대와 달(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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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국(합천가야)의 한기(旱岐)에 오른 진수라니는 노쇠한 부왕, 진패주왕이 통치하는 동안 흐트러졌던 기강을 바로 잡는 일에 주력했다. 그는 성(城)의 관리를 소홀히 한 준치산성 성주를 불러들여 감금하고 그의 자리를 빼앗았다. 기강이 해이해진 성주와 관리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변경의 문제는 가라국(대가야)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병력을 증강하여 수비를 강화하는 일에 힘을 모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라국이 다시 신라와 결당하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남부여(백제) 성왕이 사람을 보내 우리 연맹국의 요충지인 다사진(多沙津)(섬진강하구)을 할양해 줄 것을 또다시 요청하였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뺏어가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사옵니다. 주군 전하께서 대노하시어 그 요구를 거절하고 사자의 말을 빼앗고 사람만 돌려보냈습니다.”

가라의 사자가 진수라니 한기 앞에 와서 고했다.

“전하께서는 생각 끝에 신라에 사자를 보내서 친화를 복원하고 다시 양 나라가 결당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사자가 한기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뇌왕의 왕비가 데려온 종자들로 인해서 신라가 왕비를 다시 서라벌로 데려가려하고, 탁기탄국(영산가야)과 탁순국(창원가야)을 공격함으로 해서 결렬되었던 신라와의 관계를 다시 결연하기로 하였다는 말인가?”

한기는 의아한 생각으로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신라와의 결맹 없이는 남부여와 맞설 수 없다는 것이 왕상전하의 생각이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달포 전에 서라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 결맹을 원한다는 신라왕의 전갈이 왔사옵니다. 그 내용을 다라국의 한기 전하께 전하라 하였사옵니다.”

말을 마친 가라국의 사자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다시 결당한다고…….”

진수라니 한기는 말끝을 흐렸다. 한기는 이뇌왕의 결단이 달갑게 들리지 않았다. 신라와의 결당을 믿을 수가 없었다. 신라가 지금은 필요에 의해서 이뇌왕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언제 또다시 신라가 그 결맹을 파기하고 돌아설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신라의 공격으로 탁기탄국이 멸망하고 탁순국의 일부 영토마저 신라에 병합되었다. 그로 인해 가야 연맹국 사이에 가라의 이뇌왕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이 시점에 가라가 다시 신라와 결맹을 한다는 것이 진수라니 한기는 이해되지 않았다. 가야 연맹국들에게 더 큰 불만을 가져올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라국 사자가 돌아가고 나서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아라국(함안가야)왕이 보낸 사자가 다라에 왔다.

“아국 왜관에 와 있던 왜 사신 게누오모이가 신라를 공격하겠다고 합니다.”

사자가 한기 앞에 엎드려 입을 열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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