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공존하기
소통으로 공존하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0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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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세계는 기후와 환경변화 등 자연의 생태계와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동물의 세계는 집단적인 형태로 무리를 이루며 종족본능에 충실하게 된다. 얼마 전 TV에서 동물원의 오랑우탄 집단의 모습을 비춰줬는데 그 중 한마리는 유독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무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집단폭행을 당하던 중에 급기야 몸의 절반이 마비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조련사가 따로 관리를 해주었다. 제때 먹이를 챙겨주고 정성으로 보살펴주는 조련사의 손길에도 불구하고 오랑우탄은 난폭했다. 자기 먹이의 절반을 팽개쳐버리고 조련사의 손을 깨물어 버렸다. 무리들에게 소외당하고 따돌림의 상처가 깊어서 누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사랑으로 감싸는 조련사에게 도리어 화풀이를 해댔다. 조련사의 염려와 걱정이 깊어갔다. 오랑우탄의 마음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 연구 끝에 상처받은 마음에 사랑의 반창고를 붙여주기로 했다. 그래서 특급 임무를 맡게 된 것이 성격 좋고 붙임성 있는 듬직한 견공이었다. 개 한마리를 친구로 붙여주며 오랑우탄의 우리 앞에 끈으로 묶어두었다. 점점 시간이 흐르고 서로간의 탐색전이 끝날 즈음 오랑우탄은 손끝으로 견공의 등을 살짝 찔러보았다. 그리고 반응을 살피고 있는데 개는 못 본 체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오랑우탄은 자신의 우리 문을 열고 나와 개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빙빙돌기도 하고 장난을 걸었다. 개와 오랑우탄은 장난치며 어느새 친구가 되었다. 조련사의 처방전은 옳았고 적절했다. 오랑우탄이 무리들에게 받은 상처를 조련사가 치유할 수는 없었지만 견공을 투입시켜 상처에 사랑의 입김을 불어주자 회복이 됐던 것이다.

일전에 발생한 육군 22사단 임병장의 총기난사에서도 이와 흡사한 점도 발견된다. 이유불문하고 임병장의 총기난사는 군인의 책무를 저버리는 극악한 행동이며, 상명하복의 군대에서는 용인할 수 없는 죄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3개월이면 전역하여 군복을 벗게 되는 임병장이 왜 사회로 돌아가는 길을 마다하고 동료들의 가슴팍에 총질을 해댔단 말인가?

오랑우탄이 조련사의 애정 어린 손길도 팽개쳤을 때 결국 견공의 동행과 관심이 소통하는 통로가 됐듯이 치명적 사건이 일어나기 전 좀 더 따뜻한 사랑의 교감이 있었으면 임병장의 사건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한계치에 이르기 전, 후회할 일이 생기기 전에 소통할 수 있는 눈빛을 마주칠 일이다. 따돌림보다 사랑의 눈빛으로 교감할 일이다.

무관심으로 홀대하기보다 관심의 손길로 악수할 일이다. 나아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희망과 확신을 불질러볼 일이다.

세월호 참사로 연기됐던 울산고래축제의 개막식 현장에 엊그제 다녀왔다.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울산의 장생포가 포경이 금지된 후로는 사실상 폐업상태에 이르지 않았나. 그렇게 화려했던 고래도시의 명맥도 사실상 끊겼다. 하지만 반전이 이루어졌다. 고래의 도시를 부활하자는 사람들의 마음이 소통의 언어로 하나가 됐다. 출발은 초라했지만 치열한 연구, 정책토론과 중단 없는 대안을 만들어내 결국 고래축제의 장으로 승화된 것이다. 20년 만에 낳은 결실이다. 그동안 소통을 위해 쌓인 정성들이 50만명이 찾아오는 축제를 낳았고, 무엇보다 고래를 가슴에 품은 울산 사람들의 염원과 훌륭한 소통이 이루어낸 쾌거라 말하고 싶다.

<이금희 굿뉴스 울산 발행인·언약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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