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에 눈뜬 ‘가위손 아줌마’
봉사에 눈뜬 ‘가위손 아줌마’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4.07.0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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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용 교육배워 24년간 구슬땀

울산시 시각장애복지관에서 이·미용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안순옥(49·여·남구 무거동·사진)씨는 스스로 자원봉사에 눈을 뜬 ‘열혈 아줌마’다. 평범한 가정의 전업주부로 24년간 한결같이 어려운 이웃들의 머리를 깎아 주고 있다. 안씨의 자원봉사는 화려하진 않지만 ‘나눔을 실천하는’ 시민정신의 귀감이 되고 있다.

안씨는 1997년 IMF를 맞아 사회가 어려웠을 때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우연히 길을 가다 발견한 국비지원 이·미용 자격사 교육 벽보를 본 후 ‘그래! 결심했어. 저걸 따 자원봉사를 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그의 첫 자원봉사 활동은 다리밑 노인들이 대상이었다. 자격을 딴 후 실력이 일천했던 안씨는 노인들을 상대로 실력을 연마(?)했다. 안씨는 “서툰 솜씨라 해도 단정히 정리된 머리를 보고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던 모습이 화인처럼 남아 현재까지 봉사활동을 이끌어 오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여 다리밑 봉사활동을 한 후 자신이 생긴 안씨는 동강병원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머리를 깎았다. 안씨는 “병원에선 환자들이 귀찮아 머리를 깎지 않더라”며 “소문이 나자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들도 머리를 깎아달라고 부탁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는 동강병원과 울산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 문을 두드린 건 지금으로부터 6년전이다. 안씨는 매월 월요일 복지관에 나가 시각장애인들의 머리를 깎아 주고 있다. 또 시각장애인 2명을 담당해 한 달에 한 번씩 재가봉사도 한다.

안씨는 “시각장애인들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머리스타일을 요구할 정도로 심미적 감각은 뛰어나다”며 “거동이 불편하면 모든 일에서 도움이 필요한 데 이런 일에서 작은 일익을 담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남매를 두고 있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은 봉사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봉사는 내가 담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이 작은 마음들이 모여 좀더 나은 사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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