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2. 칼 앞에 맹세(12)
24회-2. 칼 앞에 맹세(1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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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비는 과연 어떻게 될까? 모든 죄가 용서되고 다시 궁성으로 돌아가서 한기의 비가 되고 다시 왕비가 되어 지상의 최고의 자리에 머물게 될까? 그래, 어쩌면 그것이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신이 준 천재일우의 기회일지 모른다. 그러면 과거의 태자비의 행적을 다시 들추어내어 비와 한기를 하나로 몰아 그를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른다.

비(妃)의 음행을 다시 문제 삼아 여러 군영의 장수들을 모으고 성주들을 불러들여 모반을 꾀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내가 꿈꾸었던 나라를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 그거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필모구라 하한기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흘렀다. 비로소 필모구라는 더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더 결의 찬 모습으로 충성을 맹세하듯 왕과 한기를 향해 외치듯 말했다.

“위대하신 전하의 분부가 지엄하옵니다. 오늘 전하의 높은 뜻에 의하여 위대한 새 성군의 날이 언젠가는 열리리라고 믿습니다. 지고하시고 지순하신 정견모주의 영험한 천령이 어찌 전하의 뜻과 다르고, 천산만신의 그 가호가 어찌 전하의 뜻과 다르겠사옵니까. 낙동장강 수제의 작고 큰 진지에서부터 수십 개의 산성과 군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수들의 뜻은 전하의 뜻과 다르지 않사옵니다. 부디 대다라국의 창성이 만세월 하게 하시옵소서.”

필모구라의 말은 마치 가슴 깊은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뜻이 깊고 오묘하게 들렸다. 신하로서 그 충정이 한 마디 한 마디에 배어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의 말의 당연함과 충성스러움에 아무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의 말에 따라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성주들과 장수들도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다.

“그렇게 하여 주겠나. 하한기의 말은 만세에 귀감이 될 것이다. 부디 이 나라의 수호와 성창에 몸을 바쳐주기 바란다.”

왕의 말은 온화했다. 얼굴엔 연신 웃음이 번졌다.

“왕상 전하의 은혜가 망극하오이다.”

필모구라 하한기의 표정에 황공함이 배어났다.

진수라니 한기가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필모구라 하한기를 일으켰다.

“자, 대다라의 변경을 더 튼튼히 막아 주시오.”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치며 지나갔다. 필모구라의 눈은 강렬했다. 그 불화살 같은 눈빛이 금방이라도 한기의 눈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매섭고 날카로웠다. 성주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말 타기와 활쏘기를 배우고 칼을 던져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릴 정도로 검술에 능했던 그였다. 그래서 나가는 전투마다 신들린 듯 적군을 휘젓고 다니며 수많은 적의 목을 베었던 그였다. 진수라니 한기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전투에서 적을 노려보던 그 눈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칼처럼 차가웠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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