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울산다운 축제가 ‘쇠부리축제’ 아닐까요?
가장 울산다운 축제가 ‘쇠부리축제’ 아닐까요?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4.07.0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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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화 쇠부리축제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부끄러운 얘기지만 북구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근처에 달천철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어요. 그런 제가 지금은 울산의 달천철장을 주제로 한 축제 책임자로 3년째 활동하고 있네요.(웃음)”

울산에는 다양한 축제가 존재한다. 그 중 울산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축제는 무엇일까? 많은 시민들과 지역 문화관계자들은 울산 유구한 철의 역사와 현재의 산업화를 연결시킨 ‘쇠부리축제’를 꼽는다. 지난달 20일부터 3일간 북구청 광장 일원에서 ‘산업의 두드락(樂), 쇠부리 울림으로’를 주제로 열린 쇠부리 축제가 막을 내렸다. 행사가 끝난 이튿날인 지난달 23일 북구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서 정재화(42·사진)쇠부리축제 사무국장을 만나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제 축제가 끝나 정신이 없겠다. 피곤해 보인다.

그렇다. 축제보다 뒷정리가 더 많이 남아있다. 아직까지는 축제가 끝났는지 실감이 안 난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축제기간 궂은 날씨에도 15만명이 다녀갔다. 울산 정체성에 걸맞는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는 평이 들린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축제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비판도 많이 해주셨다. 축제 마지막날 만난 한 시민은 10년동안 빼놓지 않고 행사장을 찾았다고 했다. 50대 후반의 그 분은 금속공학을 전공해 철에 대한 지식이 많으셨다. 그분이 하는 말이 예전에 비해 올해는 내용이 좋아졌다고 했다. 보는 것에서 끝낸 게 아니라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낸 점이 좋았다고 하시더라.

-소재만 놓고 보면 울산을 대표할 전국적인 행사로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 쇠부리 축제는 고대 제철문화를 계승한 행사이고, 신소재의 개발이 의미하는 모든 문화사적 내용이 포함될수 있기 때문에 확장성이 매우 크다. 앞으로 콘텐츠를 잘 갖춰 전국적, 세계적인 축제로 키우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축제 전문가는 아니다. 어떻게 축제 사무국장직을 맡게 됐나?

20년 가까이 지역에서 연극만 했다. 그러다 2012년 쇠부리축제 사무국장 공고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 사무국장직을 맡은지 올해로 3년째 접어들었다.

말씀하셨다시피 저는 축제 전문가는 아니다. 첫해에는 부담감이 정말 컸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전공이 연극이기 때문에 공연 기획이라던지 제작 경험을 축제로 변형시키면 되지 않을까하는 건방진(?) 생각을 했다.

-축제를 이끌어가려면 쇠부리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되는데 지식은 있었나?

아니 전혀 없었다. 부끄러운 얘기다. 저는 북구 이화에서 태어나 북구에서 쭉 자랐다. 지금도 북구에 살고 있다. 달천철장이 있었다는 얘기도 불과 몇 년 전에 알게 됐다. 그 후 중구문화원, 북구문화원 등에서 자료집을 찾아보며 울산의 철 역사에 대해 공부하게 됐다.

-쇠부리문화는 그렇다치고 축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공부했나?

쇠부리 문화는 책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축제는 책으로 본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일단 여러 유명 축제를 가봤다. 여러 축제를 찾아다니며 기획 방법 등을 배웠다. 공연단체 선정이라던지, 전체적인 운영 방법 등을 참고했다. 대규모 국내 컨벤션 공연을 찾아다니며 참고도 많이 했다. 그중에서도 지역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소통을 많이 했다. 북구에는 지역 예술가 자생단체들이 많다. 이들한테 의견을 많이 들었다.

-쇠부리축제 예산은 4억9천만원이다. 다른 축제에 비해 아주 적은 예산인데 운영하기가 쉽지 않겠다.

그렇다. 적은 예산으로 알뜰하게 살림하기란 쉽지가 않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싶은데 예산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그래서 예산을 크게 들이지 않고 축제를 키울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그 중에 주민을 축제에 끌어들이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북구 8개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일년동안 동네 색깔이 드러나는 거리퍼레이드를 준비해 개막이나 폐막때 펼친다면 주민들이 자긍심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홍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맞다. 상시적으로 지역 축제마다 쇠부리축제 홍보부스를 설치해서 시민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고래축제는 고래박물관 등 고래문화특구가 조성돼 있기 때문에 상시적 홍보활동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그런 근간이 되는 문화시설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발로 뛸 수 밖에 없다. 홍보도 전국적으로 돼야 하는데 지역에 국한돼 있는 한계가 있다. 결국 따져보면 축제도 그렇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걸 받쳐줄 수 있는 인력구성이 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건 모두 예산문제다.

-사무국 직원은 단 2명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사무국 직원은 2명이다. 축제 시작 한달 전 단기 직원 2명과 진행 스탭 7명을 뽑는다. 적은 인원으로 축제를 준비하기가 벅찰때도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1년 내내 축제 3일을 위해서 일하는 게 예산 낭비 아니냐라고 하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끝나자마나 다음 축제를 기획한다.

-축제 공간에 대한 한계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알고 있다. 공간이 북구청 일원에서 펼쳐지다 보니 쇠부리축제의 정체성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느냐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정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간인 달천철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예산을 분배해 축제장을 이원화 시키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민원이다. 아파트 단지내에 있기 때문에 소음 등을 문제로 민원이 자주 제기된다.

-북구에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유치되면 쇠부리축제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2011년부터 ‘국립산업박물관은 울산으로, 그리고 북구로’라는 문구를 쇠부리축제 슬로건 중 하나로 사용했다.

다음달 말 최종 입지 선정이 된다고 하는데 만약 박물관이 철의 고장 북구에 유치돼 산업기술박물관 터에서 축제가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축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고민이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언제가지 사무국장 역할을 할수 있을까’ 라고 말이다. 에너지가 다하면 더 능력이 있는 분에게 바통을 넘겨 드려야한다. 축제가 좀 더 발전되고 나아가야 되는데 거기서 어떤 기획력 부재 또는 운영능력의 한계 드러난다면 축제로서의 핸디캡이 될 것 같다. 추진력 있게 해 나갈 수 있는 내 안의 능력이 있다면 좀 더 하는거고 소진된다면 저보다 더 능력있는 분이 오셔서 축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정재화 사무국장은 쇠부리축제 슬로건으로 지난해부터 ‘두드림(DO Dream)’으로 정했다. 한글로는 ‘두드리다’, 영어로는 ‘꿈을 꾸다’란 이중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정 사무국장이 꿈꾸는 미래의 쇠부리축제는 어떤 모습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사진=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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