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시, 항저우(杭州)
아름다운 도시, 항저우(杭州)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2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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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당강 육화탑

16세기, 항저우를 방문한 마르코 폴로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칭찬했고 “아침에도 좋고 저녁에도 좋고 비 오는 날에도 또한 좋다”라는 시 구절로 전해오듯 항저우는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하다. 특히 베이징에서 항저우를 잇는 경항운하(京杭運河)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항저우는 기원전 221년 진나라 때 전당현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알려졌고 수나라 때부터 항저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남송 시절에는 항저우를 도읍으로 정했기 때문에 남송 유적들이 이곳에 많이 남아있다. 금나라에 빼앗긴 송나라 터전을 회복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 애국명장 악비의 묘도 있고 불교 유적인 영은사(靈隱寺)와 육화탑(六和塔)도 있다. 현재는 송성(宋城)이 재현돼 당시 도시 형태와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326년에 창건된 영은사는 석굴 조각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특히 그 으뜸인 비래봉에는 72개의 환상적인 동굴과 330개가 넘는 조각상이 각기 다른 표정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길가 양측 벽에 갖가지 형상으로 새겨진 불상 사이로 배가 나온 낙천적인 모습의 포대화상은 특히 인기가 높다.

육화탑은 970년 항저우 남쪽을 흐르는 전당강가 월륜산에 세워졌다. 겉은 13층이지만 내부는 7층으로, 나선형 계단이 있어서 꼭대기 층까지 오를 수 있다. 여기서는 전당강 모습이 한 눈에 보이고 길이 1천500m의 전당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중국 최초의 대교로서 역사적 의미도 크다. 매년 음력 8월 18일을 전후해 바닷물이 역류하기 때문에 강의 역류를 막아달라는 기원으로 이 탑을 세웠다고 한다. 층마다 달려있는 104개의 풍경 소리는 은은하게 여행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전당강과 육화탑을 소재로 한 소설 ‘유의전(柳毅傳)’도 전해진다. 동정호와 전당을 다스리는 수신 용왕의 가족이 동정군과 전당군으로 의인화해 인간세계와 교류하고 수궁과 인간계라는 서로 다른 세계를 넘나들며 인간과 신선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모습이 흥미를 끈다.

또한 중국 10대 경관 중 하나로서 서태후 아들이 모친에게 선사한 이화원의 모델이 되기도 한 서호는 각광을 받고 있다. 서호에 세워진 뇌봉탑은 후에 중국 4대 민간고사인 ‘백사전’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서호 범람을 막기 위해 당나라 백낙천이 쌓은 백제(白堤)와 송나라 소동파가 쌓은 소제(蘇堤)도 있다. 특히 소동파가 즐겨먹었다는 삼겹살 간장조림요리인 동파육(東坡肉)은 항주의 특산음식으로 유명하다. 항주의 특산 용정차(龍井茶)와 함께 먹는 그 맛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서호는 계절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아침과 저녁의 느낌이 다르며 안개 낀 날과 맑은 날의 느낌이 다르다. 청대 시인 위원(魏源)은 “맑은 호수는 비 내리는 호수보다 못하고, 비 내리는 호수는 달빛 호수만 못하고, 달빛 호수는 눈 내리는 호수만 못하다”라고 노래했다.

겨울에 눈이 녹으면서 마치 다리가 끊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단교잔설(斷橋殘雪), 백제 서쪽 끝에 호수 면과 같게 만든 조망대 평호추월(平湖秋月), 서북쪽 비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연꽃 향기 그윽한 곡원풍하(曲院風荷), 소동파가 만든 제방인 소제춘효(蘇堤春曉), 5백여 그루의 모란뿐 아니라 1만5천그루의 꽃에 둘러싸인 홍어지(紅魚池)에서 노는 잉어를 바라보는 즐거움에 연유해 붙어진 화항관어(花港觀魚), 서호 동남쪽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들리는 꾀꼬리 소리 고운 유랑문앵(柳浪聞鶯) 등 서호 10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서호의 별명인 서자호(西子湖)는 시인 소동파가 미인 서시에 비유한 데서 나온 이름이다. 그만큼 아름다운 호수다. 서호의 비경에 걸맞게 최근에는 ‘인상서호(印象西湖)’라는 종합 예술 공연이 열리고 있다. 공연을 보노라면 문학 속 장면들이 현장에서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듯하다. 강남의 정취가 가득한 항저우는 회억 속에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다.

<이인택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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