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단상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단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2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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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 WLB)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그 시작은 알 수 없으나 영어사전과 국어사전에 이미 표제어로 등록되어 있고 우리 생활 중에 삶의 질을 이야기 할 때 회자되고 있다. 가난했던 지난 시절 경제 재건을 위해 근로가 최고의 가치였던 시대가 지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달라진 삶에 대한 시각에서 생겨난 개념으로 이해된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정의하고 있다. 1단계 생리적 욕구에서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그리고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가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폐허의 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다. 이때는 경제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기로 안전한 삶을 위해 온 국민이 근로에 임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새마을운동’, ‘새벽별 보기 운동’ 등과 같은 지금은 생소한 근로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수공업의 발전을 위해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에 ‘공돌이’, ‘공순이’라는 이름으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하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그렇게 일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반세기를 지나면서 우리는 다시 일어났고 이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 또한 사회, 문화, 예술 등 전반적인 인프라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일에만 매달리며 살아가는 삶에서 안전의 욕구를 넘어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등으로 진화하게 된다. 건강한 가정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역사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넓혀가고 일을 떠나서 창의적이고 자기성취감을 높이는 활동에 여가시간을 늘려가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근로시간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근로활동을 통한 경제력 창출과 여가활동을 통한 인간적인 생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시간 사용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경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일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나 과거와 같이 지나친 비중을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말이 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 이 말은 노동이 우선이었던 시절에 수고로운 현재의 삶에 대해 위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오늘날 젊은이들 사이에는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을 외치며 오늘을 즐기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국가 및 가계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을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의 삶도 일에 희생 될 수 없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어찌 해야 할까?

오늘날 우리는 선진국의 멋진 삶을 모델링하고 있다. 우리도 근로중심의 삶에서 훗날 정승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인간적인 삶을 원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그 시간을 여가생활에 사용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좋을까? 힘들게 쌓아온 우리의 경제력은 근면하고 부지런한 우리의 노동력으로 일구어 낸 것이다. 우리의 노동생산성(GDP/국민 총 근로시간)은 어떨까? 2012년 노동생산성을 살펴보면 불행히도 한국은 시간당 23.7달러로 OECD 34개국 중 터키와 함께 28위로 저생산성 국가로 집계 되었다. 물론 이 통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미국의 54달러, 독일 51달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삶의 질도 함께 높여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더 많은, 더 높은 직무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과거보다 적은 시간의 노동으로 더 많은, 높은 성과를 이루어 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인숙 울산시 여성회관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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