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엄마’
두 얼굴의 ‘엄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2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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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 년에 한번 정도는 꼭 대형 특집 쇼를 하던 가수가 있다. 그는 일반무대에서는 절대 출연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실속 있는 기획을 구상해 국민들을 늘 감동시켜온 인상적인 뮤지션이다. 어느 날 돌연 신상 기자회견을 한 이후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우 궁금해 하고 있다.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한 트롯조의 곡 ‘홍시’라는 노래가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울 엄마’라고도 부르는데 ‘우리 엄마’를 그저 줄여 편안한 말로 그렇게 부른다. 늦가을 감나무에 달려있는 빨간 홍시를 보면 누구든 서정적인 우리의 ‘엄마’를 떠오르게 하는 의미에서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 (‘홍시’ 중에서)

이 곡을 들어보면 엄마에 대한 애절한 정감이 배어 있어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우리는 다른 어떤 민족보다 모성애에 대해 절절할 수 없다. 그것과 어우러져 ‘엄마’에 대한 잔잔한 음악적 호소력과 흡입력이 잘 융화돼 걸작이 된 듯하다.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현상금 5억의 유병언 체포에 전국이 떠들썩하다. 동시에 신엄마, 김엄마, 제2의 김엄마, 박엄마 등과 같이 방송마다 연속 ‘엄마’를 호명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 구원파가 말하는 그들끼리 만의 호칭이 아닌가! 그들 세계에서 ‘엄마’란 보통의 뜻과 분명히 다르다. 교주 아래에서 그의 명령에 따르고 순종하는 행동파 중 강경파에 속하는 여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엄마’를 이렇게 쓰고 있다.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쓰여 있다. 그 말은 늘 가까이 다가가 언제 어디서나 불러도 따뜻하게 대해 주고, 무엇이던 다 들어주는 마음 푸근한 ‘우리 엄마’를 말하던 것이 아닌가!

그들 세계의 ‘엄마’는 우리가 생각하는 신성하면서 아름답고 포근하고 애절한 이미지의 ‘우리의 엄마’를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 아름다운 ‘우리 엄마’의 이미지가 이렇게 퇴색되는 듯하여 몹시 가슴이 아프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제공자인 유병언 체포가 이제 장기전에 돌입하고 있다. 실종자 11명이 아직도 바다 속에 있지 않은가? 그 교주는 성경의 말씀을 외우듯 구원파 신도들에게 자기가 한 말을 모두 암송하라고 하는 ‘비정한’사람이다.

비정하고 악명 높은 알카에다의 수괴 ‘오사마 빈 라덴’이 있다. 2001년 9·11 테러범으로 500억원이라는 현상금 역사상 최고의 몸값에 붙여졌던 범인이다.

그는 잡히기 전 20여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몇 년간 파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의 접경 산악지대에 은신해오다가 사건 발생 10년 후 파키스탄의 수도에서 물개라는 미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l) 요원에 의해 처참히 사살됐다. 늦게나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1년 특별성명을 통해 ‘정의’가 이뤄졌다고 선포했다.

희대의 교주를 잡으려고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답답하게도 그는 더 이상 잡히질 않고 지문조차도 남기지 않고 있으니, 구원파 너희 ‘엄마’들이 이 대작전에 공을 세워보면 더 찬란한 구원을 받지 않겠는가?

무엇보다도 신성하고 아름다운 ‘우리 엄마’의 이미지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말기를…. 그리고 신이 존재한다면 어서 빨리 세월호의 원죄가 해결되고 나라의 ‘정의’가 바로 세워지길 간절히 바란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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