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원 일몰제는 헌법 33조 정신을 어기는 것”
“교육의원 일몰제는 헌법 33조 정신을 어기는 것”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4.06.24 2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선철 교육의원… 일부에만 맞춰져 있는 진보교육정책, 숙성기간 꼭 필요하다

울산에서만 30년 교직 생활을 했다. 그리고 시교육청 교육위원회 교육위원을 거쳐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2010년 교육의원이 됐지만 그는 이달 말 제5기 지방의회를 끝으로 울산 교육사(史)의 뒤편으로 자리를 옮긴다. 시의회 이선철(사진·63) 교육의원을 만나봤다.

-7월 1일부터 교육의원제도가 없어진다. 교육의원 일몰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헌법 33조에 명시된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중립성을 훼손하는 처사다.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움직였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의식수준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만 알고 교육의 특수성을 잘 몰라 이런 일이 벌어졌다.

-교육의원제가 없어지면 당장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나.

우선 교육청에 대한 견제 감시기능이 없어진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책을 입안, 집행하기까지 토론, 공론하는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문성을 가진 교육의원들이 교육청을 상대로 잘잘못을 따졌다. 예를 들어 현재 특성화고(전문계고) 3곳이 마이스터고로 전환된 상태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많다. 직업교육을 받으려고 특성화고를 택한 학생들이 모조리 마이스터고로 몰려가면 나머지 학교는 뭐가 되나. 결국 특성화고 우열현상을 가져 올 뿐이다. 이때 전문가들은 원리원칙을 내세워 이를 막을 수 있지만 일반 시의원들은 실상을 모르기 때문에 교육청의 의도에 끌려갈 위험성이 있다.

또 당장 올해말 행정사무감사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교육청 직원들이 ‘교사회의 법제화’란 용어를 사용했을 때 시의원들이 과연 그 개념, 과정, 효과를 제대로 알겠나. 그러니 시의원들이 자칫 교육공무원들의 시녀가 될 수도 있다. 행감 받으러 온 교육청 공무원들이 시의원을 학생 가르치듯 하는 일이 이미 제주도에서 발생했다.

-이미 제도는 시행됐다. 공백을 메울 대안은 없는가.

시의원들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교육청에 교육위원회가 있을 때 이야기다. 사전 지식이 없는데다 준비까지 안한 일부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해 거수기 노릇만 했다. 공백을 메우려면 교육감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정책설명회를 자주 열어 시의원들에게 세밀하고 정밀한 정보를 줘야 한다. 또 정책 입안부터 집행, 환류까지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그래서 시의회가 다른 한 쪽에 잠재적인 견제세력이 있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최근 시와 시교육청이 교육전문위원실 인력운용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전문위원실에 일반직 공무원을 배치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전문성을 가진 교육의원이 없어지는 마당에 교육공무원마저 배제하면 시의원들이 어디서 도움을 받을 것인가. 교육은 특수직이어서 그곳에 오래 종사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교육청 직원이 나가 있어야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최근 안행부가 지자체 손을 들어줬는데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됐다. 조언 한다면.

조급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학생인권조례, 교권확립조례제정이 그 한 예다. 사회적 합의에 이를 때까지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관심을 표명한 만큼 정부방침과 맞춰 순차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한꺼번에 해결하려면 갈등과 혼란만 가중된다. 특히 진보교육정책은 어려운 학생, 학부모에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겠나. 모두를 함께 조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울산교육을 위해 한마디 해 달라.

혁신학교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교실에 있는 다수 학생들이 학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프로그램에 맞춰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기만 하는 일방적 수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학력이 점점 더 떨어진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토론수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원리와 원칙을 배우기 전에 필요한 배경지식부터 쌓아야 한다. 학교비정규직 문제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합의는 단계적으로 이룬다 해도 정규직화 하기 위한 협의부터 서둘러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학교의 교육력을 높일 수 없다. 교사들의 업무도 줄여야 한다. 교사는 학생을 만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지금처럼 행정업무에 매달려 있으면 학생을 언제 돌보겠나.

-이달 말이면 5기 시의회가 끝난다. 앞으로의 계획은.

밀양 단장골 감물 생태학습관으로 갈 생각이다. 천주교 부산교구가 운영하는 곳이다.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기도하고 삶의 질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학습관이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농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교육생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하고 싶다. 또 실제로 농사를 지으면서 녹색 삶에 대한 이론을 제공하고 생태 친환경농업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 보고 싶다.

-다시 의정활동을 할 생각은 없나.

선출직으로 돌아오긴 어렵지 않겠나.

글=정종식 기자·사진=정동석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