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위농시(不違農時)의 뜻 되새기자
불위농시(不違農時)의 뜻 되새기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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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위농시’ 이 말은 ‘농사일은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맹자의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편에 전하는 이야기이다. 전국시대 공자의 유가 사상을 계승한 맹자는 인의(仁義)를 중시한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해 여러 나라를 주유하며 유세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양(梁)나라 혜왕(惠王)을 만난 자리에서 양 혜왕이 “선생께서는 천리 길을 멀다않고 여기까지 오셨으니 장차 저의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라고 했다. 그러자 맹자는 “왕께서는 백성을 다스림이 극진하고 나라를 흥하게 하실 뜻이 있다면 어찌 이익만을 말씀하시는지요. 올바른 다스림에 있어서는 오직 인(仁)과 의(義)만이 있을 따름입니다. ‘인’은 마음의 덕이고, ‘의’는 마음을 재단하는 것이니, 이것이 천하의 임금이 되는 도인데, 어찌 큰 것을 버리고 작은 것을 말씀 하십니까”라고 답했다. 이 말에 양 혜왕은 다시 “어떻게 하면 국력을 더욱 강하게 하고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백성들로 하여금 편하고 안전하게 살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맹자는 “백성이 농사를 지을 때 그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한다면 곡식은 남아 돌 것이며, 백성들로 하여금 촘촘한 그물을 웅덩이에다 치지 않게 하여 작은 물고기들이 자랄 수 있게 만든다면 물고기는 남아 돌 것이고, 도끼로써 나무를 벨 때 잎이 무성한 시기를 피하여 나무와 풀이 무성이 자라 낙엽이 질 때를 기다린 다음 가려서 베도록 한다면 집을 지을 재목과 땔 나무가 남아 돌 것입니다. 이는 백성들로 하여금 살 집과 먹을 음식을 가지게 하여 산사람을 기르게 하고, 죽은 사람을 위해 제사를 치름에 있어 부족함이 없게 만든다면 이것이 바로 왕도 정치의 시작이자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라고 깨우쳐 주었다.

맹자의 이 이야기는 군주가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훌륭한 정책을 입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기를 잃지 말아야 함을 시사한다.

우리 근대사에서 통치자가 국민의 마음을 얻은 시기는 크게 두번 있었다. 첫 번째는 박정희 대통령의 조국의 근대와 운동이고 다음은 김대중 대통령의 IMF체제하에서의 경제재건이다. 전자의 경우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던 나라를 잘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앞장서서 근검을 실천하며 정책 실현의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공업화 정책을 실현해 경제적 기반을 구축했다. 후자는 급격한 성장발전의 결과물로 국가가 ‘거품과 허영’에 매몰되자 대통령이 취임도 하기 전, 일선부처에서 숙식을 하며 직접 경제를 챙겼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그의 강인한 의지를 볼 수 있었고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에 모두 앞장섰다. 이 두 가지 경우는 모두 중요한 시점에서 국민을 위한 최적의 정책을 만들었고 그 실행시기를 잃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우리사회는 큰 내홍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국민들은 한결같이 우리사회가 지니고 있는 모순과 잘못된 인식을 과감히 도려내고 이 땅에 새로운 정의가 세워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애처롭게 사라져간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며 대통령이 눈물 흘리고 개혁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참사가 있은 지 두 달이 지난 오늘까지 정부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고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정책하나 시원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전모를 밝힐 범인 한 사람을 잡기위해 군경이 합동하여 그 꽁무니만 따라 다니며 숨바꼭질을 하는 중이다. 정책을 총괄하고 실현해야 할 각료들과 정치인들은 갑론을박(甲論乙駁)으로 날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러다 자칫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약속한 국가개혁 시기를 놓칠까 두렵다. 우리가 염원하는 정의롭고 안정된 국가로 가는 천혜의 기회에서 빗겨 가지나 않을까 참으로 걱정스럽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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