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도 이겨낸 ‘서민 먹거리’
시달린 속 푸는데 역시 ‘돼지국밥’
불황도 이겨낸 ‘서민 먹거리’
시달린 속 푸는데 역시 ‘돼지국밥’
  • 강귀일 기자
  • 승인 2014.06.22 1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정시장 ‘돼지국밥 골목’서 추억의 맛을 찾다
▲ 신정시장 돼지국밥 골목에 있는 ‘박씨국밥’집의 상차림. 돼지국밥 1인분 6천원.

남구 신정시장에는 돼지국밥 골목이 있다. 돼지국밥 골목은 신정시장사거리와 은월사거리를 잇는 월평로 한 블록 안쪽의 동서방향 골목을 말한다. 정확하게는 ‘중앙로 241번길’이다.

약 80m 길이의 이 골목 양 옆에는 돼지국밥집 20여 점포가 성업중이다.

신정시장은 1970년에 개장했다. 신정동 지역은 1966년 태화교가 개통되면서 새로운 시가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울산시청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온 온 것은 1970년이었다.

‘중앙로 241번길’에는 시장이 형성되면서 건어물점, 식육점, 떡집, 통닭집 등 점포가 앞다퉈 들어섰다.

▲ 족발.

이 골목에 돼지국밥집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무렵이었다. 이 골목 동편 초입에 자리잡은 ‘박씨국밥’의 박문웅(71)씨도 이 골목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다 이 무렵 돼지국밥집으로 전업했다.

하나 둘씩 생겨나던 돼지국밥집이 눈에 띄게 늘어 난 것은 1997년 이후다. IMF 시기를 지나면서였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서민들에게 돼지수육 한 접시에 뜨끈한 육수는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먹을거리가 됐다.

박문웅씨는 “IMF 한파에 시장전체가 불황을 겪었지만 돼지국밥집들은 용케도 살아남았다”고 회고했다. 박씨는 그 이유를 “무엇보다도 음식값이 저렴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한다.

지금도 돼지수육은 한 접시에 1만3천원, 돼지국밥은 6천원이다. 그 밖에도 순대, 족발, 닭발, 돼지껍데기 등이 메뉴에 올라 있다.

▲ 돼지수육.

같은 종류의 음식점이 밀집된 지역은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다. 춘천의 닭갈비 거리. 의정부의 부대찌개 거리, 대구의 막창골목 등이 유명하다. 서울에도 신당동 떡볶이 거리, 신림동 순대볶음 빌딩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돼지국밥은 부산에서 시작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6·25 피난민들이 값싸게 먹던 음식이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돼지국밥의 맛은 돼지뼈에서 나온다. 돼지뼈를 잘 고는 것이 맛의 열쇠다. 돼지뼈, 돼지족, 닭발 등 저렴한 식재료들이 훌륭한 먹을거리로 손님상에 오르기 때문에 음식값이 싸다.

돼지뼈는 감자탕으로도 변신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 규슈 지방에서도 돼지뼈를 곤 국물에 국수를 만 ‘돈코츠(豚骨)라멘’이 명물 반열에 올라 있다.

▲ 신정시장 돼지국밥골목. 돼지국밥집 20여 점포가 성업중이다.

이 골목에서 만두가게를 하다 10년 전에 돼지국밥집으로 전환한 ‘육육국밥’ 안주인은 “좋은 돼지뼈를 고르는 것과 그 돼지뼈를 잘 삶는 것이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이 골목에는 새벽까지 손님을 맞는 가게도 여러 집이 있다. 출출한 술꾼들이 찾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일하다 때를 놓친 사람들이 어슬렁어슬렁 찾는 골목이기도 하다.

글·사진= 강귀일 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