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후보자 행적 어떻게 볼 것인가
문창극 총리후보자 행적 어떻게 볼 것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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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끝자락이다. 6월의 끝 무렵에는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동족상잔의 상처가 남아있다. 흉터가 남아있다. 올해 6월 하반기는 나라꼴이 마치 엉클어진 길쌈 소쿠리 속 같다. 모심기 끝난 논배미에서 와글거리는 밤 개구리소리처럼 소란스럽다.

정부가 17일 문창극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세월호 정국에다 지방선거 후속 여파가 겹쳐 문 총리 지명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소홀히 했는지 지명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라 전체를 들쑤셔 놓고 있다. 무엇보다 말과 글로 자신을 내 보이는 언론인으로 살아 온 그의 역사인식과 과거의 석연찮은 행적이 정치적 공방을 넘어 국민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일제의 식민통치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군국주의 일본의 역사적 만행인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학 강단에서 남북분단과 6·25 전쟁 역시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드러났다.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안을 하나님의 섭리로 보는 것은 독실한 믿음을 가진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면 일견 이해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헌법상 대통령 다음으로 큰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고 현 정국을 풀어가야 할 총리란 정치인의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세상은 유리알처럼 투명하다. 공인은 물론 개인이 발표한 글과 말은 세상 어디엔가 그 흔적이 남는다. 이름 석자를 인터넷에 올리면 작은 인터뷰에 답한 말 한마디까지 고스란히 나타나는 게 요즘 세상이다.

현대의 언론은 현대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한 좌우사관은 단 한 순간의 단절도 없이 본 대로 느낀 대로 역사를 기록했다. 이들은 목이 꺾일지언정 붓을 꺾지 않는 기개와 뜻으로 역사를 기록했다. 때문에 언론인 문창극이 우리시대의 역사를 바르게, 그리고 올바른 균형감각으로 썼는가는 마땅히 검증의 대상이 된다. 이해관계가 다른 야당의 정치적 비판은 차치하고 언론과 사회에서 나오는 비판에 대해 당사자가 불쾌감을 드러내고 불손함을 보이는 것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 무조건 하나님의 뜻으로 강변할 일도 아니고 덮어놓고 조아릴 일도 아니다. 겸허하되 진지하게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

송곳은 주머니에 넣어도 뚫고 나온다. 지나간 세월의 부적절한 행적은 곳곳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군복무 중 주간 전일제 수업을 하는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을 이수한 것을 두고 ‘무보직 근무기간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는 문 후보자의 해명은 문제가 되고 남는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러한 논란과 행적이 또 낙마로 이어져 대통령의 정국운영에 심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을 미리 걸러내고 정화하는 게 여론이고 민심이다. 안대희에 이어 그가 낙마하면 7·30 보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새누리당엔 치명적일 수도 있다. 국가개조를 다짐하는 박대통령의 마음 또한 천근일 것이다. 대통령의 자책골이 될 우려도 없지 않다. 지명자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됐다고 해도 먼저 엄격한 ‘자기청문회’부터 시행하고 거취를 결정하길 권한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고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을 먼저 기억하기 바란다.

<박기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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