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지된 사랑(12)
1. 금지된 사랑(1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1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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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순국의 아리사등 국왕 또한 만만치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기능말다간기(己能末多干岐)라고도 불리워지기도 하는 왕이었다.

“신라 종자들의 만행은 거기에 거친 것이 아니옵니다. 그 종자들은 나라의 수장 층을 포섭하여 그들과 내통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사옵니다.”

아라국 사자 금사마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들이 수장 층을 포섭하였다고?”

진패주왕의 목소리가 떨렸다. 왕의 놀라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목소리에 그대로 실려 나왔다.

“형제국인 다라국에도 그들에 대한 동태를 주의하라는 것이 아국 전하의 전언이옵니다.”

금사마가 말을 마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말을 들은 진패주왕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라국 사자 금사마가 가져온 이러한 전언을 필모구라 하한기가 알게 된다면 더 기고만장할 것이며 신라를 배척하자는 그의 주장은 말할 것도 없고 서라벌의 종자와 태자비를 처형하라는 그의 목소리가 더 거칠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라국의 사자가 물러간 뒤에도 진패주 왕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고민하고 있는 내색이 얼굴에 역력히 드러났다. 이미 칠십이 넘긴 노쇠한 몸으로 나라를 이끌고 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왕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일이 참으로 힘겹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한한기 필모구라가 조정의 모든 권력을 손에 넣으려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왕은 더욱더 불안해졌다.

‘자꾸만 동진하는 남부여(백제)와 서진해 오는 신라의 세력을 사이에서 어떻게 나라를 지켜야할까? 백제는 하루가 다르게 그들의 세력을 팽창시키면서 접경의 여러 나라들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었다. 삼년 전에 무령왕이 죽고 성왕이 즉위하고 나서 백제의 동진 정책은 더 거칠어졌다. 신라는 신라대로 이미 낙동강 수제까지 세력권에 넣으면서 서진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지증왕이 죽고 왕위를 이어받은 법흥왕은 즉위 5년 만에 율령을 반포하고 공복을 제정하여 신라를 튼튼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낙동강 수제만 건너면 가라국의 중심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들과 맞부딪쳐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남부여와 신라 중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 어느 쪽과의 친화가 나라를 지키는 바른 길이 될까? 종국에 가서는 남부여도 신라도 모두가 영토의 야욕을 드러낼 것이 뻔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느 쪽을 택해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인 것이 아니겠는가?…….’

왕은 오래 동안 골똘히 생각했다. 가슴만 답답할 뿐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궁성 밖을 내다보는 그의 눈 위로 저녁놀이 자신의 심사만큼이나 애달픈 빛으로 불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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