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지된 사랑(10)
1. 금지된 사랑(10)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1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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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삼년 전에 스스로 신라의 부마가 되겠다고 자처하여 양화공주를 비로 맞아 왕자를 얻고, 아직도 왕비의 품안에서 꿀맛 같은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가야 연맹의 맹주로서 연맹국에서 배신을 용서하겠는가? 필모구라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비를 따라 전쟁이란 전쟁은 다 헤매고 다닌 그가 그것을 모를 리는 없다. 그도 종국엔 종자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진수라니 태자는 머리가 복잡했다. 더구나 노쇠한 부왕의 심사를 불편하게 한 것 같아서 차마 어전에 나아갈 용기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하한기 필모구라는 신라에서 온 종자들을 심문하는 일을 끝내고 더욱 의기양양하게 어전에 들렀다. 종자들에게서 자백 받은 것들을 왕에게 고하여 그들을 처단하는 것을 윤허 받기 위해서였다.

“신라에서 온 무리들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하옵니다. 그들을 심문하여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낯 뜨거운 음행을 태자비와 저질렀다는 것을 밝혀내었사옵니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기밀을 캐내어서 서라벌로 보낸 행적도 밝혀내었사옵니다. 이제 그들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서해 줄 수가 없게 되었사옵니다.”

필모구라는 무엄하게도 왕의 얼굴에 시선을 박은 채 말했다.

“조용히 돌려보내도록 하라. 비록 그들 서라벌에서 온 종자들이 궁성의 내실과 은밀히 내통하며 나라의 근간을 어지럽히고 요사스런 음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들을 죽일 수는 없다. 그것은 가라국 이뇌왕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서라벌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나라에 화를 불러들이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깊은 고뇌의 흔적이 배어 있는 말이었다.

“나라의 근간이 무너뜨리고 나라의 기밀을 빼돌렸을 뿐만 아니라 요사한 음행으로 이 나라의 왕실을 농락한 자들을 그냥 돌려보낸다니요? 아니 되옵니다. 그들을 단연코 처형하여 나라의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태자비 또한 마찬가지이옵니다. 만백성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비가 감히 궁성의 내실에서 첩자와 내통하고 음욕을 탐닉하였는데 어찌 용서할 수 있단 말이옵니까?”

필모구라 하한기는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강골이었다. 앞뒤를 따지지 않고 달려드는 것은 그의 아버지 하한기를 너무나 닮았다고 왕은 생각했다.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도 이해가 되지만 타협 없이 앞으로 밀고 나가는 그의 행태가 우려스러웠다.

“그들과 내통한 죄는 마땅히 나라의 율에 따라 다스려야 하나 대외 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그들은 돌려보내라는 것이다. 그리고 태자비도 마땅히 목을 베어야 하나 아직은 그리 급하지가 않다. 감옥에 넣어서 벌하며 기다리게 하라.”

진패주 왕은 그렇게 사건을 마무리 지어 필모구라 하한기를 돌려보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일을 더 꼬이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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