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心正行이 정치철학, 정치는 인정하며 더불어 하는 것
‘국민을 갑(甲)으로, 국회를 빛나게(潤) 하는’ 것이 부의장의 역할
正心正行이 정치철학, 정치는 인정하며 더불어 하는 것
‘국민을 갑(甲)으로, 국회를 빛나게(潤) 하는’ 것이 부의장의 역할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4.06.1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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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윤(鄭甲潤) 국회 부의장
 

그는 국민을 갑(甲)으로 생각하며 국가를 빛나게(潤)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할 일이라고 했다. 이제는 국민을 갑으로 생각하고 국회를 빛나게 하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란다. 지난 1일 19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에 선출된 새누리당 중구 정갑윤 의원(65·사진)의 말이다. 사람들은 그를 ‘친박 좌장’이라고 한다. 세월호 사건이후 청와대가 국회, 특히 야당과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와 대통령을 연결하는 그의 수완이 주목받는 이유다.

하반기 국회를 이끌어 가야 한다. 세월호 사건 등으로 국정이 어렵다. 어떻게 풀어 나갈 건가.

현 정국을 풀려면 청와대와 국회를 연결하는 갈고리가 필요하다. 국회의장은 당적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이 역할을 하기 어렵다. 원내대표와 여당 부의장이 그 몫을 해내야 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현재 투 트랙 체제(원내 대표와 부의장)가 가동되고 있다. 야당도 많은 기대를 하는 눈치다. 내가 친박이니까 주요사안들이 대통령에게 직보(直報)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빨리 국면을 전환하지 않으면 정치권도 침몰한다.

당초 원내대표 설(說)이 있었다. 왜 부의장 쪽으로 바뀌었나.

원내 대표로 출마할 경우 친박, 비박 갈등으로 비쳐질까 우려했다. 그렇잖아도 세월호 사건으로 정국이 어수선한데 여당 내부에서 잡음이 나오면 국민들이 뭐라 하겠나.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리 하나 두고 자기네들끼리 싸운다는 비판이 나올게 뻔했다. 현 정부가 들어선지 2년차다. 제대로 국정을 꾸려가려면 당의 화합이 절대적이다. 당 화합을 위해 원내대표를 포기했다.

지방선거에서 울산 새누리당이 ‘싹쓸이’했다. 어떻게 보나.

2012년 대선 당시 진보정당이 사용하는 말, 행동에 시민들이 거부감을 느꼈다. 거기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유권자들에게 깊이 각인된 것 같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인데 진보세력들이 ‘대통령 하야하라’며 정치적으로 몰고 가려한 것도 패인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리자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언제부터 밀접하게 됐나.

2002년 보궐선거 당시 다운장날 지원 유세 차 울산에 왔을 때 처음 만났다. 그 때는 ‘공주’ 이미지였다.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가까워 진 건 2005년 국회 재해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을 때다. 대통령은 당시 당 대표였는데 마침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 화재가 발생해 함께 헬기를 타고 다니면서 현장을 확인했다. 그 때 깊은 인상을 받았다. 대통령도 틈날 때마다 도와달라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완승했다. 견제세력이 없어 여당이 독주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잘 나갈 때 조심해라는 말이 있다. 이번에 승리했다고 자만하면 다음에 우리가 당한다. 통진당이 완패하는 것 봐라. 민심은 그렇게 무섭다. 조용히 있다가 잘못하면 한방에 날려 보내는 것이 민심이다. 이번에 시당공천위원장으로 후보자들을 검증했는데 공천 줘서 안 되는 인물들이 있더라. 음주운전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정치인은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지방의정도 마찬가지다. 다수가 됐다고 해서 독주하면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항상 낮은 자세로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평소 정치철학은 뭔가.

정심정행(正心正行)과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왜 유혹이 없겠나. 하지만 그런 것을 뿌리칠 수 있어야 한다. 며칠 전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정치 후배들을 모아 놓고도 말했다. 배고플 때 빵 하나 훔쳐 먹으면 돌아서자마자 범죄자가 된다고 했다. 91년 정치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비리에 연루된 적이 한번도 없다. 사회적·도덕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었다. 만일 그랬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겠나. 또 정치인은 두루 어우러질 줄 알아야 한다. 정치는 더불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게 국민을 위한 정치다.

정치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2005년 울산에 방폐장을 유치하려고 했을 때다. 방폐장을 유치하자고 한 것은 사실 한전 본사를 끌어오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지방세를 확충하고 고용창출도 할 수 있고 건설경기까지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방 언론과 시민들이 ‘국회의원 2번 하더니 핵쓰레기장 가져오려 하느냐’며 야단이 났다. 결국 방폐장 유치 대가로 경주시에 3천억원이 지원되고 ‘개도 10만원짜리 수표를 입에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자 그때서야 나를 인정하더라.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도 마음고생 많았다. 울산 6개 당협 중에서 5개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혼자서 박근혜 후보를 밀었다. 그 때 무언의 압력도 많이 받았다. 당시 서청원 의원이 ‘뭘 도와 드릴까’ 묻더라. 그래서 아무것도 필요 없고 혼자서 5% 이겨 올라가겠다고 했다. 결국 경선에서 중앙 지원 없이 4% 이겼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91년 정치를 시작해 4선 의원이 됐고 18대 국회에서 예산결산위원장을 맡아 많은 일을 했다. 그 보답으로 시민들이 나에게 국회 부의장 자리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나는 민초 지방의원부터 시작해 지금에 왔다. 이제 정치후배들을 위해 울산지방정치가 중앙무대로 옮겨가는 밑거름이 될 차례다. 시민들과 정치 후배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

글=정종식 기자·사진= 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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