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지된 사랑(8)
1. 금지된 사랑(8)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1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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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과 화친을 도모하고 더 굳건한 유대를 가다지려는 대신라 왕국의 국왕의 뜻을 그리 오도하려 드십니까? 추호도 아니옵니다.”

신라의 종자(從者)가 말했다.

“대신라 왕국 국왕이라고? 그나마 온순했던 지증왕이 죽고 왕위를 이어받은 지 십년도 채 되지 않은 자를 너희들은 그렇게 부르느냐? 호시탐탐 인접국의 영토를 넘보고 그 백성들을 유린하지 못해 안달이 난 피에 굶주린 법흥이란 자를 너희들은 그렇게 부르느냐?”

하한기(조선으로 치면 좌의정 정도의 가야 관직) 필모구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을 빼들고 종자의 입에 찢을 듯한 자세로 달려든다.

“네놈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고 해서 말도 거꾸로 하는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네놈의 혀를 불에 지져서라도 바르게 말하도록 만들어 주마.”

필모구라는 입가에 야릇한 미소까지 띄며 죄인을 조롱하듯 말했다.

“이것은 인국의 사람을 대하는 예절이 아니오. 언젠가는 후회할 날이 올 것이오. 오늘 이 내용을 안다면 대왕께서는 밤을 새워서라도 병사들을 보낼 것이오.”

비록 울음이 섞여 있었지만 종자의 말엔 아직 대국의 풀기가 느껴졌다. 종자는 다라국이 차마 자신을 죽이지는 못하리란 것을 확신이라도 하고 있는 듯 사지가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도 할 말을 잊지 않았다.

“그래, 듣던 대로 네놈들은 호기 하나는 좋구나. 그러나 오늘 네놈의 그 호기도 내일 밤까지는 늑대 밥이 되게 해 주겠다.”

필모구라가 눈을 치켜뜨고 호위 군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군병들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불에 달인 쇠막대기로 이 자의 혀를 지져라.”

말이 떨어지자 군병 하나가 화통 속에서 벌겋게 달은 쇠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쇠막대기가 살에 닿자 호기를 불이던 종자도 더는 견디지 못하고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살타는 냄새가 났다. 얼마 있지 않아 그 살타는 냄새를 맡고 몰려던 늑대들이 성 밖에서 때를 지어 울었다.

진수라니 태자는 궁성으로 돌아왔다. 종자를 심문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심문할 권한도 없었을 뿐더러 끼어들 기회가 없었다는 것으로 자신을 위로했지만 궁성으로 돌아와서 생각하니 자신의 무력함이 크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필모구라 하한기의 언행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은 더 어둡고 무거웠다.

더욱더 가슴 아픈 것은 비(妃)의 행동이었다. 비가 서라벌에서 온 그 종자와 붙어서 밤을 새웠다는 사실이 무겁게 자신을 짓눌렀다. 잘 생긴 서라벌의 종자의 몸을 보니 주눅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잠자리에서 여자를 다루는 기술까지 익혀서 왔다니 자신의 비가 아닌 누군들 그 유혹의 늪에 떨러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 싱싱한 젊은 몸과 맞붙어 있는 비의 모습을 생각하니 참을 수 없었다. 분노는 삼킬 수 있으나 질투심은 억누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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