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지된 사랑(6)
1. 금지된 사랑(6)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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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구라는 그의 조부가 하한기(下旱岐)였고 그 뒤를 이은 그의 아비가 또한 하한기였다. 아비의 뒤를 이은 그는 3대째 하한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기(旱岐)는 왕명을 받아 모든 관리를 통솔하고 행정을 총괄하는 가야 제국에서 최고의 관직이었다. 한기가 공석으로 있는 다라국에선 한기의 다음 서열인 하한기가 한기의 권한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보니 하한기 필모구라의 언행은 거침이 없고 때에 따라선 그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그랬고 그의 아비가 그랬듯이 그는 성격이 강직하고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왕은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자극하는 일은 되도록 피하려고 하였다.

“지금 그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진패주왕이 자리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무태산성 석굴에 가두어 두었습니다.”

“무태산성 석굴이라면…….”

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차마 생각하기도 싫은 곳이었다. 전쟁에서 도망간 자를 잡아 가두어 두고 매월 보름달이 뜨면 칠장산의 제물로 바치기 위해서 자신이 만든 감옥이었다. 그런데 무슨 운명이었을까. 칠장산의 산신의 노여움이라도 산 것일까. 왕은 자신이 만든 그 석굴감옥에 자신의 비(妃)를 손수 유패 시켜야 하는 운명으로 맛보아야 했다. 그런데 다시 자신의 며느리며 장차 이 나라의 왕비가 될 태자비를 그 석굴에 유패 시키는 현실을 지켜보아야 하다니, 왕은 자신의 기구한 운명에 깊은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필모구라는 왕의 이러한 마음을 세세히 읽고 있었다. 지금 왕과 태자에게 닥쳐온 곤경이 내심 즐거웠다. 힘없이 흔들거리는 왕을 더 세게 밀어 붙여 무력하게 만들고 태자마저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면 나라를 움직이는 힘이 자신에게 주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이 심어둔 심복 군장들이 주요 산성을 장악하고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왕위를 찬탈하는 것쯤은 이제 하루아침 일거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천운의 기회가 즐거웠다. 참으려고 해도 자꾸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며칠이 지난 뒤 다시 석굴로 돌아온 필모구라는 서라벌의 종자를 끌어내어 심문대에 거꾸로 매달았다.

심문은 밤이 늦도록 계속되었다. 벌써 한나절이 넘도록 계속되었지만 송곳처럼 파고드는 필모구라 하한기의 추궁은 밤이 되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것을 말하라. 네놈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터럭 하나 남기지 말고 다 말하라.”

필모구라는 심문대에 거꾸로 매달인 서라벌 종자(從者)를 노려보며 말을 내뱉었다.

“무엇을 말하란 말이옵니까? 나는 다만 가라국왕과 혼인하여 가라국으로 오신 왕비를 모시기 위해 따라온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미 하루 낮밤을 거꾸로 매달려 있어야 했으니 몸은 반죽음의 상태였다. 채찍에 린 몸에서 말이 힘들게 흘러나왔다.

“네놈이 말하지 않아도 나는 벌써 알고 있다. 네놈이 이 나라의 태자비의 침소에 들어가서 어떤 짓거리를 행했는지는 이미 만천하에 들어났다. 그런데도 실토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아니옵니다. 결코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그래, 네놈의 나라에선 여자들이 온갖 방중술로 남자들은 꼼짝 못하게 만든다고 들었는데 남자 몸뚱인 네놈도 여자를 기를 못 쓰게 하는 방중술이라도 배웠느냐”

필모구라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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