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국민의 절묘한 선택
현명한 국민의 절묘한 선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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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들에게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선거였다. 사실 참담하고 황당한 재난 발생과 어처구니없는 구조와 수습과정을 지켜보며 망연자실한 국민들이 과연 지방선거에 참여 할 기력이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56.8%)을 기록해 아무리 아프고 슬퍼도 국민들은 자신들이 할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의지를 몸으로 보인 것이다.

슬픔을 가슴으로 누르며 뜻을 몸으로 행한 것 하나하나 짚을 건 짚어보자. 세월호 참사 전부터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리멸렬,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 야권의 참패가 관측되고 있었다. 다만 안철수, 김한길을 중심으로 전격 창당된 새정치민주연합에 일말의 관심으로 흘겨볼 뿐이었다. 그때 세월호 침몰이라는 돌발 재난이 발생했다. 인명을 구조하고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집권 여당이 보여 준 것은 침몰이전 야권의 모습과 흡사했다. 성급한 논객들은 세월호 침몰과 함께 정부여당도 침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민심은 천심이며,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이 실증됐다. 논객은 종편 텔레비전 안에 있고 표심은 유권자 가슴 속에 있었다. 선거 당일 18시 전국 동시방송 출구조사를 했더니 광역 단체장 예측결과는 ‘557’이었다. 여당 5곳 야당 5곳 우세, 경합 7곳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여당 8, 야당 9로 나왔다. 어느 쪽도 압승이나 참패라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여야 정치권에 보내는 메시지는 관용과 희망, 그리고 준엄한 매질이다. 우선 여당에게는 믿을 수 없고 용서 못 할 정권이지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고, 흔들리며 풀죽은 야당에게는 기사회생의 희망을 고루 나눠 주었다. 진정한 현명함은 관용과 용서로 희망의 싹을 키워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자는 국민이다.

이제 정치권은 스스로 다시 묻고 답을 준비해야 한다. 고질적 지역감정은 해소 됐는가. 이렇게 무기력한 기존정당은 존재할 의미가 있는가. 보수냐 혁신이냐하는 정치적 가치를 버렸는가. 개인적 영달을 위해 분열하고 헐뜯는 병폐는 없어 졌는가. 정책선거보다 왜 아직도 흑색선전이 앞서는가에 대해 자문자답해야 한다.

정치권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미 답을 준비해 보여주고 있다. 충청권의 어설픈 감정에 대한 중원의 반란, 60%대 이상의 절대우세 지역 5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초 접전이 벌어졌다. 부산시장 후보들의 1%차 박빙, 대구의 야권후보 40%대 득표, 전북 새누리 후보 20%대 득표 등은 국민들의 지역감정에 대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통진당처럼 정당보조금이나 받아 챙기고 정략적으로 후보를 사퇴 시키는 ‘먹튀정당’, 정책도 이념도 가치도 없이 이합집산 하는 ‘거품정당’, 윗선 눈치나 살피며 민생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관료정당’이 과연 존재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은 답을 내 놨다. 국민들은 이미 당보다 인물과 정책능력을 선택하기 시작 했다. 무소속 후보의 선전을 보면 알 수 있다. 분열된 보수와 단일화된 진보가 맞붙은 교육감 선거결과가 국민이 보여준 가치보다 개인의 영달을 앞세운 정치에 대한 답이다.

이렇듯 국민은 앞서간다. 그래서 정치는 틀려도 국민은 항상 옳다. 국민은 이번 선거에 관용과 용서로 희망을 심었지만 아직도 속 상처는 쓰라리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아우르는 법을 더 배워라. <박기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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