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독해, 남의 글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창조적 독해, 남의 글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7.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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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독해는 남의 글에 대한 심화·발전이다. 글의 내용을 새롭거나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여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다. 이 글은 남의 것이 아닌 자기 것이다. 사실 온전히 필자의 독창적인 생각으로만 이루어진 책은 없다. 남의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보탠 것인데,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박희병의 ‘선인들의 공부법’. 이 책은 말 그대로 선인들, 특히 학문, 즉 공부를 잘 했던 분들의 공부 방법을 가려서 엮은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독창적인 생각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래도 이 책은 ‘선인’들의 것이 아니라 ‘박희병’의 것이 된다. 공자나 주자의 글에서, 또는 이황이나 이이, 정약용의 글에서 공부 방법에 관한 것만 추려서 책으로 묶어내는 것은 보통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하면, 책이 팔리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가지고 있는 서울대 교수라는 권위와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동양철학 에세이’. 동양 철학 즉 공자, 노자, 묵자, 장자, 맹자, 순자, 법가, 명가, 주역에 대해 예화를 인용하고 여기에 대해 필자의 해석과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용이 들어 있다. 남의 글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3분의 1정도이고, 나머지는 필자의 해석과 종합 및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당연히 ‘지음’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자나 노자의 말이나 글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까. 수준이 문제일 뿐이지 보통 사람도 장자나 맹자의 말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여 글을 쓰면 자기 것을 만들 수 있다.

남의 글을 자기 것으로 만들 때, 창의적인 생각이 덧붙으면 금상첨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성하기 위해서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것에 대해 삐딱하거나 거꾸로 생각해 보는 발상이 필요하다. 상식을 뒤집으면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창조적이었던 사람일수록 당대에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은 경우가 많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외수의 ‘하악하악’에서 창의적인 발상의 예를 들어보자.

‘침대는 과학이 아닙니다. 곤충입니다. 침대는 잠자리니까요.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돈을 욕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 같은 놈의 돈, 원수 놈의 돈, 썩을 놈의 돈, 더러운 놈의 돈.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든 물건이든 욕을 하면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병아리들이 “엄마 우리는 왜 하늘을 못 날아”하고 물어볼 때 어미닭은 제일 복장이 터진다. 그대가 만약 자녀로부터 열등한 부분을 지적당한 어미닭이라 하더라도 “한번만 더 그 따위 소리를 지껄이면 주둥이를 확 뭉개버릴 거야”라고 윽박질러서는 안 된다. 적어도 부모라면 “우리의 먹이는 땅에 있기 때문에 하늘을 날 필요가 없단다”라고 의연하게 대답해 주는 성품이 필요하다.’

이런 정도면 작가가 창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런 경우도 작가가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침대는 과학이 아니라는 광고 문구는 널리 알려진 ‘남의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많이 욕하는 것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닭이 날지 못하는 사실도 보통 사람이 다 알고 있고, 걷거나 걸어다는 것에 비해 ‘날아가는’ 것에 대해 인간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상식이다. 그러면 무엇에서부터 ‘창의적’이 되는가. 상식적이고 논리적 사고를 뒤집는 데서 침대는 곤충이 되고, 돈이 인간이 되고, 땅에서 걷는 것이 하늘을 나는 것보다 우월할 수 있다는 창의가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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