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지된 사랑(4)
1. 금지된 사랑(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0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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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우리의 왕실을 우습게 알고 마침내 태자비의 침소까지 들어가 음행을 저지르지 않았소. 이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책임이 상수위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오?”

하한기 필모구라가 상수위 아사비를 쏘아보며 말했다.

“가야 연맹의 맹주국에서 나누어 주는 종자를, 그것도 왕비가 서라벌에서 데려온 종자들을 따라다니며 감시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지 않소.”

“상수위는 책임을 회피하는 말을 삼가시오.”

필모구라는 상수위를 쏘아보았다. 필모구라의 어조가 과격하고 성격이 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왕은 그의 언행이 마음에 걸려 수염이 떨리고 얼굴에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그러나 필모구라는 내칠 수도 받아들이기도 거북한 존재였다. 그의 선대에서부터 나라에 기여한 공로가 있고 필모구라 자신도 나라에 기여한 공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그를 따르는 세력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내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사사건건 자기주장만 해대는 그를 안고 가는 것도 왕으로선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진수라니 왕은 필모구라의 언행이 갈수록 더 불경스러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왕과 조정을 경시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왕은 생각했다. 그러나 당장 그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왕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비록 다사진(多沙津)을 밀고 들어온 남부여(백제)군에 패한 가라(대가야)의 이뇌왕이 신라와의 친화 정책으로 그것을 만회하려는 노력을 어찌 모른다 말할 수 있으랴. 그것이 비록 이뇌왕이 스스로 택한 독배였다 하더라도 하루가 다르게 뻗쳐오는 백제의 세력을 막아보겠다는 가라 왕의 선택을 어찌 비난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독배는 자신만의 독배가 아니라 (가야) 연맹 모든 나라의 독배가 되었다는 것이 문제이지 않습니까? 이뇌 왕은 어리석게도 낙동장강을 건너 서쪽으로 서쪽으로 밀려오는 신라의 그 음흉한 마각을 보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그것을 무시한 데서 연맹 모든 나라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동조해 주기기도 어려운 말이었다. 왕은 멋쩍게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보아야겠지…….”

왕은 혼잣말처럼 나직이 말했다.

“신라가 왕녀를 보낼 때 딸려 보낸 종들은 사실상 훈련된 신라의 관리들이며 첩자들이나 바를 없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나라의 법도를 어기는 행동을 예사로 해왔다는 것은 전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태자비를 농락한 그 종자는 여장을 한 채 태자비의 처소에 접근하여 비를 유혹하고 농락해 온 것이 벌써 여러 해가 되었으니, 비의 막내 소생을 어찌 다라 왕실의 피라고 믿을 수 있겠사옵니까?”

“설마 그렇기야 하겠소?”

왕의 얼굴을 붉히며 말을 흘렸다.

“설마가 아니옵니다. 그들이 태자의 눈을 피해 별채에서 음욕을 즐겼던 정황이 확실한데 어찌 그 소생인들 믿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음 …….”

왕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왕은 대소 신료들 앞에 고개를 들고 있기가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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