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I출신들이 정계로 진출하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 국회와 똑같은 회의진행방식
JCI출신들이 정계로 진출하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 국회와 똑같은 회의진행방식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4.06.0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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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경남·울산지구 청년회의소(JCI) 회장
 

한국청년회의소(Junior Chamber International-Korea)의 근원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한 미군이었던 스포츠 우드 씨가 한국인 12명과 ‘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을 JCI 운동으로 재건하자’는 취지에서 평택청년애향회를 설립한 게 그 모태다. 한국청년회의소란 명칭은 3년 뒤인 1954년 3월, 세계대회에서 인준 받으면서 공식적으로 사용됐다. 지역사회개발, 지도자 훈련을 기초로 한 개인능력의 개발, 세계와의 우정이 JCI의 활동 원칙이다. 경남·울산지구 JCI 이상엽(42·사진) 회장을 만나봤다.

“JCI를 봉사활동 단체로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사회봉사활동도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활동을 통해 청년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개인능력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올해 지방선거에 출마한 사람 가운데 유독 JCI 출신이 많은 이유도 이런 개인능력 개발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기초단체장에 4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에 7명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번에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된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 서울시장 후보 정몽준 전 의원도 울산권 JCI 출신이다. 올해 울산 최초로 중앙회장에 선임된 김태호 회장은 ‘청년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 외에도 박남식(3대), 고원준(8대), 정갑윤(17대), 김철욱(23대), 박성민(32대), 하종호(38대), 한동영(41대), 신진권(43대) 회장 등이 울산권 출신으로 경남·울산지구회장을 역임했다.

JCI는 다른 단체와 달리 가입절차가 까다롭다. 이사회 정족수의 5분의 4이상이 찬성해야 가입할 수 있다. 울산의 경우 26명 가운데 3명 이상만 반대해도 입회가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가입됐다는 자체만으로 회원들은 자부심을 갖는다. 사회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입회하니 그들의 ‘프라이드’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간다.

“JCI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장점은 바로 이런 자존심 센 사람들을 한데 어우르고 조절해 움직이도록 하는 겁니다. 여기서 기른 개인역량을 사회, 직장, 단체에서 활용하는 거죠” 회원들이 정계로 많이 진출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회장이 하는 말이다.

1년에 한번 씩 정기총회가 열리는데 의사진행발언이나 발언권 획득이 국회 진행방식과 똑 같다. 한번 회의에 8~9시간 정도 논쟁을 벌이다보면 모든 논쟁을 종합, 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방법을 자동적으로 터득하게 된다고 한다. 또 이런 회의 진행방식이 몸에 익숙해져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적응력이 길러진다고 한다. “제가 원래 좀 소심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애들 앞에서 말하는 게 싫어 반장을 안 하려고 했습니다. 지금은 1천여명 정도 앞에 두고 한번 마이크 잡으면 1시간 이상 말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저더러 대범해졌답니다. JCI 회장하면 다 그렇게 됩니다.”

하지만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적지 않다. 지구 회장을 하다보면 가정에선 ‘빵점 아빠’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활동 연령이 낙제점을 받는데 한 몫 한다. 만 20세에서 42세까지만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초등학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전역하기 5~6년 전 상황이면 자녀들이 아버지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다. 경남·울산지구에는 현재 37개 지역(local)이 있다. 각종 행사, 이·취임식 등으로 이 회장은 1개 지역에 연중 최소 4회 정도는 간다. 전체 지역으로 계산하면 148회다. 이틀에 한번 정도는 로컬에 가야 하는 셈이다. 그것도 가을, 겨울에는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행사가 있다. 그러니 돈, 시간을 날리는 건 물론이고 아이들 얼굴보기조차 힘들다.

이 회장이 한달 동안 이동하는 거리가 자그마치 1만㎞다. 1년으로 치면 12만㎞다. 2년에 한번 승용차를 바꿀 정도다. “지금은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선배들은 1년에 1대 정도 폐차 시켰답니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았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행사장 가다 자동차 고장 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JCI 만의 불문율도 있다. ‘잠은 반드시 집에서’이다. 울산에서 가장 먼 로컬이 함양이다. 행사를 하다보면 함양에서 일을 마치고 다음날 거창에서 행사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현지에서 숙박하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 게 편리하다. 하지만 그는 밤늦게라도 반드시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 다시 행사장으로 간다. “선배들이 집과 직장을 절대 소홀히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가정과 직장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청년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거죠.”

요즘은 이런 아버지들이 자식들을 JCI에 가입시킨다. 현 울산JCI 회장을 맡고 있는 정태승 씨는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의 아들이다. 이런 추세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이 단체에 자부심을 갖는다는 이야기다. 뭔가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울산 JCI의 봉사활동 방향도 달라졌다. 전에는 우수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지원하는 형태를 취했지만 지금은 소외계층, 결손 가정 자녀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인다. 겉으로 보이기보다 남들이 모르는 곳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우리지킴이 운동’, 가출 청소년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JCI는 모든 직책이 1년 담임제다. 1년 더하면 더 잘 할 것 같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고 오만해지기 쉽다는 게 담임제를 채택한 이유다. 또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사람’을 선출, 임명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2005년 선배의 권유로 신입회원이 된지 10년만인 내년에 그는 JCI를 떠난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임기 1년짜리 경남·울산지구회장에 취임했다.

글= 정종식 기자·사진= 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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