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지된사랑(3)
1. 금지된사랑(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0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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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태자비의 소생이 있긴 하지만 만일에 비(妃)가 또 아이를 생산한다면 그것을 누구의 소생이라고 말하여야 하겠사옵니까? 이 나라의 태자의 소생이라고 하여야 하겠사옵니까? 그 신라 종놈의 소생이라고 하여야 하겠사옵니까?”

빳빳한 시선으로 왕을 쳐다보며 뱉는 필모구라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대소 신료들은 깊숙이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신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왕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 불경스럽게 느껴져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태자비는 그 젊은 종자들과의 음행을 실토하였으며 스스로의 입으로 서라벌의 종자와 함께 죽여 달라고 말하고 있사옵니다.”

필모구라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신라의 종자와 태자비 둘 다 죽이자는 그 말인가?”

진패주왕의 말이 힘없이 들렸다.

“그러하옵니다. 처벌을 늦추면 서라벌에서 어떤 책동을 해올지 모르오니 서둘러 처형을 윤허하시어 그 뜻을 널리 알려 주시옵소서.”

“우리가 서라벌 종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하한기인 경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서라벌의 왕이 우리 연맹의 맹주인 가라(대가야)의 국왕을 부마로 삼으면서 종자들을 보냈고, 가라의 이뢰왕이 그 종자들을 우리들에게 보내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가 죄가 있다하여 처벌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종자를 처벌하여 벌어지게 될 엄청난 일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진패주왕은 필모구라 하한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타이르듯 말했다.

“그렇다 하여 태자비와 음행을 저지른 극악무도한 죄인을 용서해 준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 수 있겠사오며 백성들에게 어떻게 율령을 따르라 말할 수 있겠사옵니까? 훗일을 두려워 말고 처형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옵니다.”

필모구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서라벌의 남녀 종자를 받아들인 것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지 않는가. 아라국(함안)에서 고자국(고성)에 이르기까지 나라마다 십여 명의 종자들을 다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다른 나라에서의 경우도 살펴보는 것이 사려 깊지 않겠는가?”

“가라(대가야)국왕의 혼인은 그 시작부터가 잘못된 것이지 않았사옵니까. 신라의 이찬 비조부(比助夫)의 누이동생인 양화공주를 왕비로 맞아들인 것은 독이 든 술잔을 받은 것이나 무엇이 다르겠사옵니까. 왕비를 모신다는 명분으로 보내온 백여 명의 남녀 종자들은 미리 훈련된 신라의 관리들이며 첩자와 다를 바가 뭐 있겠사옵니까.”

“서라벌에서 처음 왕녀를 보낼 때 1백 명의 종자를 딸려 보낸 것을, 가라의 이뇌왕(異腦王)이 신라의 공주와 혼인한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 종자들을 (가야)연맹국에 나누어 두었던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지, 처음부터 다 첩자이거나 나쁜 짓을 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지 않소.”

고개를 숙인 채 듣고만 있던 상수위 아사비(阿?飛)가 필모구라를 바라보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들이 언제부턴가 신라의 관복을 입고 궁성을 활보하고 다니지 않았소. 그러나 그들이 가라국(대가야) 왕비가 데려온 사람들이라 누구 하나 감히 그들의 언행을 언급하지 못하지 않았소이까.”

필모구라가 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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