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지된 사랑 (2)
1. 금지된 사랑 (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02 2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초에 잘못된 일이지 않았사옵니까. 어쩌면 이러한 일이 예견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관리를 소홀이 하여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사옵니까?”

필모구라의 어조는 더 고조되었다.

“먼저 서라벌의 종자(從者)들을 끌어내어 목을 자르고 차후에 태자비도 처형하는 것이 마땅할 것으로 여겨지옵니다.” 상수위(上首位)(하한기, 下旱岐 바로 아래 직급, 조선으로 치면 판서 정도의 관직) 아사비(阿?飛)도 말을 거들었다.

“그 서라벌의 종자들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진언 드리지 않았사옵니까? 그런데도 소인의 말을 무시하고 서라벌의 종자를 궁성으로 받아들인 과오를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사옵니까?”

필모구라가 다그치듯 말했다. 그의 말은 불충함을 넘어 마치 왕을 심문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나였다. 그대는 마치 나에게 그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듯이 말하고 있지 않는가? 과인더러 그 책임을 지라는 그 말인가?”

왕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필모구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 말은 이제 그만 하라는 애원의 말처럼 들렸지만 조정 대신들 중에 어느 한 사람 필모구라의 말을 막고 서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하한기 필모구라의 서슬에 눌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왕은 그것이 개탄스러웠지만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그것이 어찌 전하만의 잘못이라 할 수 있겠사옵니까? 그 책임의 당사자는 바로 이 나라의 이수위(二首位)(상수위, 上首位 다음 직급) 직책을 맡고 있는 진수라니 태자와 상수위가 아니고 누구이겠사옵니까?”

필모구라는 고개를 돌려 대신들의 얼굴을 한번 훑어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진수라니(陳首羅?) 태자가 이수위라는 나라의 중책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차 이 나라의 왕위를 이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비(妃)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서라벌에서 온 종자들조차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여 일어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태자야말로 이제 이수위 자리뿐만 아니라 태자의 자리를 다른 왕자에게 물려주고 태자비의 처리를 책임져야 마땅할 것으로 여겨지옵니다.”

필모구라(弼模龜羅)의 말은 더 거칠어졌다. 고개를 쳐들고 용상을 바라보는 눈길이 불경스럽게 보였다. 이제 그의 말은 분명해졌다. 그의 말은 태자비의 처벌보다는 태자비의 불순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진수라니 태자가 져야 한다는 데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들렸다.

“음……”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진패주 왕은 옅은 신음을 토했다. 그리고는 참담한 표정으로 눈을 들어 천장을 쳐다보았다. 한참 동안 뭔가를 생각하던 왕이 필모구라에게 눈을 돌렸다.

“그래, 다시 한번 말해보라. 국사를 책임지고 있는 하한기인 그대가 파악한 사건의 전말을 세세히 말해 보라.”

왕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미 전하께서도 알고 계신 것처럼 태자비가 궁성내 자신의 처소에 서라벌의 젊은 종놈을 불러들여 유희를 즐기고, 그것도 모자라 밤중에 그 종자의 등에 업혀 궁성 밖에까지 나가서 말을 타고 들판을 헤매고 다녔다지 않습니까.”

필모구라의 입가엔 야릇한 미소까지 번진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