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극단 구슬땀 문화 꽃 피울까
지역극단 구슬땀 문화 꽃 피울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7.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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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을 때는 꽃을 즐길 줄 알고 열매가 열렸을 때는 열매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인간들은 꽃이 피었을 때는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知랄을 하고 열매가 열였을 때는 꽃이 피지 않았다고 知랄을 한다. - 이외수의 ‘하악하악’ 중에서…

문화의 불모지라 여겨지던 울산, 하지만 성급한 판단은 실수를 범하기 쉬운 법. 꾸준히 가꿔온 지역극단들의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거둬 문화의 꽃을 피워가고 있다. 언젠가는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날을 기대하며…. 무더운 7월 한 달 지역극단들의 구슬땀이 아름답다.

이 시대의 아버지와 아들, 딸들을 위해

경숙이, 경숙아버지

70년대를 살아온 이들이 꼭 봐야할 시대의 아픔을 담은 극단 ‘무(대표 전명수)’의 ‘경숙이, 경숙아버지’가 무대에 오른다. 오는 22일, 26일 오후 7시, 8시. 현대예술관 소공연장.

시대가 낳은 한량 난봉꾼, 그리고 그 가족이 겪어야만 했던 팍팍한 삶의 기록은 산고의 고통으로 시작된다.

연극은 가슴 아픈 삶의 이야기로 이어져 때 아닌 예수의 등장, 경숙이를 낳을 때 아배가 궤짝 위에서 몸을 흔들며 부르는 바람 찬 흥남부두 등 곳곳에서 예측불허의 우스꽝스런 장면들은 극 전반에 흐르는 삶의 깊은 슬픔과 상처들을 아물게 한다.

일제 말, 결혼 전엔 만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소 판 돈을 가지고 가출을 한 아버지는 해방 후 어머니를 속여 사기결혼을 해서 경숙이를 낳는다. 생활력 강한 어머니 덕분에 잠시 찾아온 행복.

그러나 갑자기 한국전쟁이 터지자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를 버리고 혼자 남으로 피난길을 떠난다. 낙동강 근처에서 인민군의 포로가 된 아버지는 포로 신세를 면하기 위해 인민군에 자원입대를 하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거제도 수용소에서 석방된 아버지는 거지 신세로 집에 다시 돌아오는데….

한편 극단 ‘무’는 제25회 전국연극제 ‘이발사 박봉구’ 단체은상, 무대예술상, 연기상 2명 석권했다. 또한 제 11회 울산연극제 ‘해무’ 단체대상 등을 수상하고 ‘대머리 여가수’, ‘고시래’, ‘돼지와 오토바이’ 등 총 15회 정기공연을 가진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주상(아베 역), 김영희(어메 역·극단 ‘물의 진화’ 대표), 박은경(경숙 역), 백운봉(꺽꺽·두번째 아버지), 허은녕(자야·두번째 어머니)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나라·삶의 터전 잃은 불매꾼 애환 담아

불매야 불매야

극단 푸른가시가 울산을 소재로 한 창작희곡 ‘불매야 불매야(연출 전우수)’를 선보인다. 18일 오후 7시 30분, 19일 오후 4시, 7시30분. 북구문화예술회관.

세 차례에 걸쳐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극단 푸른가시가 창단 20주년을 기념으로 마련한 작품이다.

지난 1996년 10월 10일 울산문화예술회관 개관 1주년 기념 ‘불매야 불매야’라는 쇠부리를 소재로 한 연극작품으로 일부 내용을 수정 보완해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달천광산과 토철을 활용해 제련업을 해왔던 많은 쇠부리터 가운데 지금은 사라져 버린 한실 쇠부리터 현장을 작품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생업을 위해 이곳에서 일하던 불매꾼들이 일본인들에게 나라와 삶의 터전을 빼앗긴 울분과 분노로 독립투사로 변신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한편 극단 푸른가시는 창단 공연인 ‘열해’ 공연 이후 지금까지 총 60여회의 정기공연과 다수의 특별공연을 가져왔다.

전국 광역시·도별 지역 대표들 간 자웅을 가리는 전국연극제에 울산대표로 첫 출전한 이후 지금까지 제16회 전국연극제, 18회, 20회, 22회, 24회 등에서 단체 은상, 개인상을 수상했다.

처용, 새로운 시대의 혁명가로 재창조

아사날 엇디하릿고

지역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박용하씨의 희곡 ‘아사날 엇디하릿고’가 거창국제연극제 경연작으로 선정돼 전국의 우수 작품들과 경합을 벌인다. 오는 31일 오후 8시. 거창 수승대 일원 자유극장.

극단 울산에 의해 출품된 ‘아사날 엇디하릿고’는 작가인 박용하씨가 직접 연출을 맡아 지난해 제 4회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에서 금상과 연기상을 수상한 작품을 뮤지컬로 재 창작됐다. 이 작품은 특히 처용가에 나타난 처용의 아내와 처용을 새로운 시대를 희망하는 혁명가로 재창조 해 눈길을 끈다.

운무가 자욱한 개운포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헌강왕 앞에 나타난 용의 사제들은 신라가 망할 것임을 예고한다. 그리고 왕권을 바로 세워 나라와 백성들을 평안케 할 방법을 예언하고 처용은 헌강왕을 보좌하고 백성들의 평안을 위해 서라벌로 간다.

그러나 태후와 진골귀족들은 서라벌 포석정에서 향락과 퇴폐적인 삶만 즐긴다. 처용과 그의 아내 희는 헌강왕을 도와 나라와 백성을 위해 혁명을 준비하지만 대공과 진요의 간사한 꾀에 의해 수포로 돌아간다.

한편 극단 울산은 지난 1987년 9월 창단된 극단으로 순수 창작극을 꾸준히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창작희곡을 발표해 전국연극제에서 희곡상을 수상, 제23회 전국연극제(대전)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극단 울산이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가장 향토적이고 가장 울산적인 것에서 연극의 소재를 찾아내고 무대화 시켜 전국 연극무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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