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배우의 ‘웰빙’
어느 배우의 ‘웰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5.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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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저음가수 남일해가 있다. 그는 대구의 모 고등학교 재학 중 대구 중심지의 대도극장에서 실시한 전국 노래자랑대회에서 1등을 했다. 금세기 가장 중저음의 가수로, 미국에 루이 암스트롱이 있으면 우리 가요사에는 바로 그가 있다. 또한 ‘맨발의 청춘’ 등 6,70년대 온갖 영화의 OST를 부른 가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영화의 주연배우며 그 당시 젊은이의 아이돌이었던 신성일이 있다. 영원한 로맨티스트인 그는 요즈음 백발의 모습으로 경북 영천에서 홀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올해 80세에 가까운 나이로 얼굴모습은 그 나이답지 않게 무척 건강하게 보여 그야말로 왕년의 청춘스타 분위기가 아직도 물씬 풍긴다. 그것은 아마 ‘웰빙’생활을 하면서 그의 여생을 잘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 종편 TV에서 전문의사들이 그의 신체 건강점수를 93점을 주어 지금까지 출연자 중 1위로 등극시켜 놀라게 하고 있다. 영천의 전원 한옥집에서 청바지를 입은 채 텃밭을 가꾸면서 소위 말하는 ‘웰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빗자루로 마당을 쓸면서 또 잡풀을 보이는 데로 뽑으면서 농부 같은 여유로운 모습도 보인다. 때론 캐주얼한 자가용을 타고 다니며 주변 산하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심심하면 읍내 장터로 나가 건강에 좋은 돼지수육을 사다 동네주민들로부터 얻은 김치에다 싸 먹는 모습은 우리를 또 편안하게 해준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라 강조하면서,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기꺼이 하려 한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인플란트를 한 사람이 아닌가! 즐겨하는 해삼과 딱딱한 미식들을 씹어 먹기 위해서다. 게다가 그는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5시간마다 꼭 자외선 방지용 선크림을 바른다고 한다.

순우리말로 ‘참살이’라 하는 ‘웰빙’(well-being)은 언어적 의미로는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과 행복, 복지와 안녕을 뜻하며, 사회적 의미는 물질적 부가 아니라 삶의 질을 강조하는 생활 방식을 말한다.

원래 ‘웰빙’은 미국의 중산층이 첨단문명에 대항해 자연주의, 뉴에이지 문화 등을 받아들이면서 대안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0년 전부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과 관련한 소비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러한 본래 의도와는 달리 명상이나 요가, 스파와 피트니스 클럽을 즐기면서 유기농이나 전통식을 고집하는 상류층 문화로 왜곡 변질된 것 같다.

‘웰빙혁명’의 저자 폴 필저(Paul Z. Pilger)는 2002년 이미 정보화사회 다음 단계로 웰빙혁명의 물결이 밀려올 것으로 전망했다. 즉 사회구조는 물론 개인의 생활양식마저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웰빙족은 개인중심인가 사회중심인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예컨대, 가족을 중시하고 개인에 몰입하는 경향을 보이는 스피리언스(Insperience)족, 즉 집안과 개인 생활공간을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 꾸미는 데에 집중해 집안에 홈시어터, 헬스기구, 맥주 제조 기구, 동일한 컨셉의 인테리어, 와인 저장고 등을 설치해 집을 엔터테인먼트화 디자인화 한다.

반면 소시오 웰빙(Socio-wellbei ng)족은 개인적 안위 차원보다는 일회용품 줄이기, 재활용, 불우 고령층에 대한 관심 등 사회적 공유에 관심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선 ‘웰빙폰’, ‘웰빙행정’ 등과 같이 만능의 마케팅 접두어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인간의 궁극 목표는 행복한 생활이다. 건강이 없으면 행복도 없기에 미래의 웰빙생활이야말로 거역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이 된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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