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교 문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학교 문화가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5.2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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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사가 학생과 가장 밀접하게 활동하는 것이 담임제도다. 하지만 최근 학교현장에서 담임기피현상이 뚜렷하다. 담임과 비담임이 그 업무 양과 책임에 있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비담임 쟁탈전이 벌어지다보니 일부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담임을 맡기기도 한다. 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경력과 나이를 따져 아래에서부터 담임이 채워진다.

일반고에서 담임이 하는 일은 자율학습 지도, 지각생 체크, 학년회의 참석, 출석부 확인, 학급 조회, 지각생 학부모에게 지각 사실 고지, 어제 자율학습 참여 현황 확인 후 불참자 체크, 청소시간 지도, 종례, 자율학습 불참자 면담, 담임 회의 참석, 급식시간 질서지도, 야간자율학습 감독, 수시 학생 및 학부모 상담 등이 있다.

반면 비담임은 자신이 맡은 교과수업과 부담임으로 맡은 업무만 끝내면 된다. 생활지도로 학생과 부딪힐 일도 상대적으로 적다.

현재 일반고 역량강화를 위해 다양한 진로집중교육과정이 도입되고 있어 앞으로 담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때문에 학생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가르치는 담임 고유의 사명감과 보람을 살리려면 담임교사들의 행정업무를 줄여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첫째, 교육청 차원에서 담임 안식년과 담임배정 원칙을 포함한 기본 학교업무 메뉴얼을 제공해야 한다. 담임 업무를 연속으로 4년 맡을 경우 1년은 비담임으로 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다른 학교로 전보되더라도 그런 원칙은 연계돼야 한다. 물론 학교장의 자율적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게 합리적이다. 지금처럼 전입하는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어려운 업무를 맡기는 구조는 분명 개선돼야 한다.

둘째,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교무행정사를 도입해 학교별로 교무업무전담팀을 구성, 업무 표준안을 제시해야 한다. 타시도 교육청의 경우처럼 교육활동업무는 교무 중심으로 교사가 담당하고 행정업무는 교감의 지휘를 받아 전담인력(교무행정사)을 꾸려 교원의 행정업무를 경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교무행정사를 둘 수 있는 예산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면 현실적인 입장에서 해당학교에서 실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담임 업무를 맡는 교사에게는 학생수업과 상담, 생활지도에 전염할 수 있게 하고, 비담임교사에게 기존 행정 업무를 줘서 공직사회의 일의 형평성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고 모든 학교 문화가 변화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아직까지 학교문화에는 존중해야 할 전통문화가 남아있고 교사들간의 경쟁보다는 소통과 협력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봉제로 임금을 받는 교직임을 감안한다면 지나친 온정주의에서 탈피해 개인의 특수한 조건으로 다른 동료에게 더 많이 업무와 책임을 지우게 하는 구조적 모순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새롭고 합리적인 학교 문화 개선을 위해 교육주체들이 모두가 나서야 한다.

<김갑수 대현고 교사·교육부 교육과정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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