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눈물, 눈물의 대통령
대통령의 눈물, 눈물의 대통령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5.21 2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34일만인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눈물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 했다. 대통령은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희생자 가족과 국민적인 분노에 대한 사과와 함께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국가개조 차원의 대책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담화의 골자는 해경해체를 포함한 국가개조 수준의 정부기구 개편과 사건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해묵은 병통을 수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공분야에 밀착된 공무원의 유착구조, 이른바 ‘관피아’의 척결을 시작으로 공직개혁도 단행하겠다고 했다. 부조리와 결탁한 대형사고 유책 기업에 대한 배상책임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지우고 대형 참사 귀책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또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형사고와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안전처를 신설, 각 부처에 분산된 안전관련 조직을 통합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서 육상과 해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유형의 재난에 현장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담화 말미에서 살신성인의 희생으로 귀감을 보이고 목숨을 버린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며 끝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대통령 본인에게나 바라보는 국민들 모두에게 실로 침통하고 비감한 순간이었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고 국민 앞에 선서한 대통령이 꽃다운 어린 학생과 시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고백하며 흘린 눈물을 두고 뒷말이 떠돈다.

정치인의 눈물이란 ‘악어의 눈물’이란 냉소적인 말도 들린다. ‘때 늦은 눈물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 지지율을 올리려는 연출된 눈물’이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뿐만 아니다. 61년 해양결찰을 전격 해체한다는 극약처방을 ‘심각한 고민 없이 참사국면을 전환하려는 대증요법 수준’으로 폄하하는 견해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졸속 구조개편 보다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통해 공직기강을 세우는 것이 먼저라는 견해도 나온다. 특히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폐쇄적인 결정구조에서 나온 처방은 앞으로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입법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그 성패가 불투명 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국가적인 재난과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최고 지휘권을 총리실 산하에 두겠다는 발상은 대통령이 최종책임을 비껴가려는 의도라고 보는 눈초리도 있다.

필자 역시 기왕 국가안전처를 신설 한다면 기존의 국가안보실에는 국방, 안보, 외교적 안전보장기능을 그대로 두고 재난, 안전사고 등 위난을 총괄하고 최종 지휘하는 국민안전실을 병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통령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에 비하는 것은 지나치다. 우리는 역대 대통령들의 눈물을 자주 봐왔다.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이 슬픔과 분노에 눈물을 보였다. 사람에게서 웃음과 눈물은 거짓보다는 진실의 징표이다. 특히 우리국민에게 한과 눈물은 진솔한 삶 그 자체가 아닌가. 혹자는 ‘대통령은 눈물이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강한 모습이란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박정희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대통령의 눈물을 생각하면 대통령이 눈물을 흘린 그 순간이 곧 우리 모두에게 슬픈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젠 대통령의 눈물을 그만 보고 싶다. 눈물의 대통령은 더욱 보고 싶지 않다. 슬퍼하고 분노하기보다 기쁘고 행복해서 미소짓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박기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