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권력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5.2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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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는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에서 공식퇴임하고 부인과 함께 세계최대의 자선단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었다. 그는 현재 이곳에서 무급으로 풀타임 근무하고 있다. 재단 설립당시 재산의 절반인 40조원을 출연해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또 자녀들에게 거액의 유산을 물러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게이츠의 인생행로를 한국유행가 버전으로 바꾸면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이 났다더냐?’다. 이웃과 사회를 통해 큰돈을 벌었으니 그 큰 일부를 되돌려 준다는 것, 또 돈이 어느 때보다 위력을 더해가는 시대이긴 해도 사람의 생존에는 앞서지 않는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돈의 속성도 잘 간파하고 있다. 돈이 한 쪽에 너무 집중되면 그 만큼 많은 이들이 사지(死地)로 향하게 되니 좋은 방법으로 적절히 나눠야 세상의 평화와 영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생각으로, 너무나도 당연한 행로를 걷고 있다.

권력이란 것도 돈과 마찬가지다.

국민 있고 권력 생겼지 권력이 국민을 만든 게 아니다. 권력이 국민 앞에 제 힘자랑을 하고 군림하려 해선 안 되는 법이다. 권력은 국민에게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 국민이 만든 제도일 뿐이다. 헌법이 이를 규정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헌법은 정치권력, 즉 공권력의 남용과 사권력화,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한 법이다. 권력 행사를 국민의 생명과 행복, 영토 수호로 제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34일째인 엊그제 박 대통령이 국민담화 형식을 빌려 첫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과 뒤 해경 해체와 공직사회 개혁, 국가안전처 신설 등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패와 비리 고리와 관련해서도 대책을 밝혔다. 세월호 선주인 세모그룹과 유병언 일가에 대한 일벌백계 계획과 희생자 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특검과 특별법 제정 계획도 밝혔다. 탑승객들을 버리고 도주한 선장과 선원에 대한 처벌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는 엄중한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아쉬움이 많은 사과였다. 담화 속의 많은 내용은 국무총리가 말할 내용이었다. 국군통수권자이고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그릇에 맞는 내용이 아니었다. 오히려 권력의 오·남용과 관련된 잘못된 관행과 적폐의 청산, 통합의 정치·소통의 정치 같은 올바른 통치철학 확인, 헌법의 충실한 준수 다짐 등이 사과와 담화의 핵심이 돼야 옳았다. 공영방송 KBS에서 불거진 청와대 보도통제의 사과, 반쪽행사로 전락시킨 5·18민주운동 기념식 반성,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민간인 사찰 문제, 야당대표의 파트너십 인정, 검·경의 육모방망이를 앞세우려는 경찰국가 기도 사과 등이 담겼어야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은 게 된다.

국민이 이 시점에서 진정 원하는 것은 국민권력을 대행하는 정권 간의 정상적인 관계 재설정이다. 지금처럼 헌법 속의 책무와 권리를 방기하거나 남용하지 않고 헌법조항을 제대로 이행하는 정권과 국민이 되자는 의미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며(1조 2항) 국가와 공무원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다(7조 1항, 34조 6항)’거나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며(10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11조)’ 같은 규정을 제대로 지켜주길 바라는 것이다.

<임상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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