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어제 눈물을 흘린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논의로 빠져들고 있다. 사고가 그 동안 쌓였던 ‘한국병’의 폭발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그 한 예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실체가 샅샅이 드러났다고 한다. 또 일부는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으니 물러나라고 한다. 역대 정권이 썩어 이런 일이 생겼으니 그를 물려받은 당사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삼성전자가 세계를 제패하는 것은 우리의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 밤늦게까지 일꾼들을 혹사한 결과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또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일지라도 일단의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권퇴진이란 압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된다.
세월호 사건이후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대통령은 희생자 유족들에게 여러 번 사과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잘못을 통감한다고도 했다. 사건 현장을 두 번이나 찾아갔고 일부 희생자 유족들로부터 봉변도 당했다. 그래도 안 된다고 해서 어제 대국민 사과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사건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모든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먼저 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자신이 어제 한 약속을 국민들이 얼마나 믿어줄지 걱정해야 할 입장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두 가지다.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가면 자칫 우리가 패배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세월호 사건 이후 많은 국민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스스로 삼류국민이라는 자조에 젖어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사이로 뭔가 뒤 집어 엎어야 할 것 같은 충동심이 조금씩 파고들고 있다. 그러니 이쯤에서 논리적 비약을 멈춰야 한다. 소위 선진국들도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그들’이 됐다.
또 한 가지는 정치적 책임 추궁을 앞세우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몽땅 뒤집어씌우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대(對) 국민사과를 해야 하는 건 맨 마지막이다. 사고수습이 끝난 뒤 사과하는 게 정도(正道)다. 하지만 세월호 피해자 일부 유족들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