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일
이해할 수 없는 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5.1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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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판화 트리엔날레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으로 우편을 보냈다. 영문으로 된 관련공문을 꼼꼼히 체크하고 관련서류를 작성해 작품과 함께 정성껏 포장해 발송하기까지 긴장도 되고 제 날짜에 들어갈지 어떨지 막연한 불안이 든다.

다음날 아침 ‘고객님의 EMS가 공항에서 발송됐습니다’라는 문자에 안도한 것도 잠시 며칠 후 ‘고객님의 EMS를 배달 시도했으나 미배달 됐습니다’라는 문자에 다시 불안이 엄습해온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스러워 대표번호로 전화를 했다. 배달되지 못한 우편물은 근처 우체국에 보관돼 있으나 받는 사람이 다시 요청하지 않으면 배달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부재중이어서 배달하지 못했을 때 두세번 다시 배달하거나 그러진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물었더니 그 말은 사실과 달랐다)

짧은 통화였지만 상담직원은 고객님의 우편물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결국 방법이라고 제시한 게 일본 현지의 우체국 대표번호를 알려주며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일본어로. 소통을 어찌하느냐고 묻자 “소통이 문제이십니까, 고객님” 이런다. 어이가 없어서 그냥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묻겠다며 번호를 받아 전화를 끊었는데 순간 세월호로부터 최초 신고를 받은 해경이 떠오른다.

세월호 최초 조난신고를 한 단원고 학생이 “제주도에 가고 있는데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위치와 경위(경도와 위도)를 말해 달라”고 한 것. 학생이 당황해 “네?”라고 하자 “지금 침몰 중이라는데 지금 배가 어디 있나”라고 재차 물어 학생이 “위치는 잘 모르겠어요” 라고 답했다고 한다. 해경은 신고자가 선원인 걸로 착각했다는데 이게 과연 착각으로 일어난 일인지 알 수 없다.

오래 전 스위스에서 나고 자란 친구와 바다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자신의 나라에는 바다가 없으므로 나이가 꽤 들어서야 바다를 처음 봤다며 실제로 봤던 바다 얘기를 들려줬다.

필자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를 자랑스러워하며 바다와 관련한 온갖 추억들을 쏟아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오랜 시간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살아온 우리 국민이 이런 고통을 겪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고 이런 식으로 우왕좌왕 무너지는 정부의 무능력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달째 말문이 막힌다.

수면 아래 차갑게 손짓하는 창백한 영혼들에 가슴이 미어지고 각종뉴스를 돌려가며 봐도 알면 알수록 한숨과 슬픔을 넘어 분노에 찬 일들만이 본색을 드러낸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우리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고 또 오늘을 산다.

아무리 화가 치밀고 분이 가라앉지 않더라도 저 바다를 모조리 삼켜버릴 수 없고, 앞으로도 이 땅에 남아 남은 이들을 위로하고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하기에 눈물을 참고 부릅 뜬 눈으로 세상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앞으로도 세상을 살면서 배가 60도 가까이 기울었는데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 하고 자신들만 탈출해버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을지 또 다시 불안이 엄습하는 5월이다.

<이하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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