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의 모닝콜(?)
중구청의 모닝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7.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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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300만원 가지고 왜 그럽니까?”

지난 10일 오전 9시께. 울산시 중구청 자치행정과에서 한 통의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 같은 과 또 다른 직원이 전화를 통해 화를 냈다. 이제껏 중구청이 모닝콜 서비스를 한다는 걸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늦은 모닝콜을.

이 날은 ‘혈세 먹는 울산구군협의회’라는 제목의 기사(1면)가 보도된 날이었다.

다음날인 11일 울산시구청장군수협의회장인 조용수 중구청장을 찾았다. 반응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쓰다가 남으면 다음해로 넘기고 모자라면 더 청구하고, 그렇게 적립해두면서 쓰는 거지. 공동으로 정책개발하려면 비용이 들어가는 거 아니요. 뭘 300만원 가지고 참!” 조 청장의 말이었다.

임의단체인 울산시구청장군수협의회는 10년동안 자치구마다 60만원씩을 지원받아왔다. 올해부터는 5배나 올린 300만원씩을 지원받기로 했다. 올해 동구를 제외한 4개 구군을 합쳐 1천200만원. 굳이 금액을 산출하면 이렇다는 것이다. 동구의 경우 “공식 단체가 아닌데다 명확한 예산 내역이 없다”는 이유로 의회로부터 삭감됐다.

울산구군협의회가 내세우는 명목은 공동 정책개발 등. 분명 자치구간 협력과 교류가 필요함에는 두말할 나위 없다. 설사 이 단체가 지난 10년간 정책개발을 한 실적이 전무하고, 세금으로 지원받은 운영비에서 태안지역 피해복구비를 내는 등 생색을 냈더라도 말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주민세금을 시민을 위한 공동 정책개발에 쓰는 것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논란의 본질은 주민 세금을 쉽게 생각하는 태도에 있다. 민선 지자체장이라면 더욱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고유가 시대에 조명하나 켜기도 눈치를 보는 시기다. 보도 이후 일부 관계자들의 태도는 ‘얼마 안 되는 돈이니 그냥 침묵하라’는 뜻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동구청장의 고민도 크다. 혼자만 삭감됐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타 구에서 다음 예산 심의 때 형평성 문제를 끄집어낼 수 있다. 누구 말처럼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여러 사람 체면 구기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주민 세금이기 때문이다. 수천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쓰는 지자체장들이 다른 세금을 달라고 할 땐 그만큼의 타당한 이유와 철저한 계획이 있어야 된다.

다행히 이런 저런 걱정을 뒤로하고 중구청장을 비롯한 자치행정과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한 가지 기쁜 소식을 찾을 수 있었다. 울산지역 5개구군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열악하다는 중구의 걱정을 더 이상 같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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